'김정은 독자 우상화' 빨라진 北…주체연호 사라진 새해 우표
북한, 신년 우표와 달력에서 모두 '주체연호' 삭제
올해 우표 키워드는 당 창건 80주년·살림집·스포츠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새해를 맞아 발행한 우표에 예년과는 다르게 '주체연호'가 생략되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도 독자적 우상화 기조를 유지 또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에서 우표를 독점적으로 발행 및 유통하는 조선유통사는 지난 1일 새해 맞이 우표 1종과 엽서5종을 발행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작년까지만 해도 늘 표기돼온 주체연호가 우표와 엽서에서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주체연호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준으로 삼는 연도 표기법으로 선대에 대한 우상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이를 노동신문 등 일부 매체에서 지우기 시작하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우상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이 이번 신년 우표 뿐 아니라 달력에서도 해당 연호를 삭제하면서 주체연호의 점진적 폐지는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5년 새해 우표는 작년 5월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지구에 준공된 '전위거리'를 도안으로 삼았다. 당시 북한은 평양 3대혁명전시관 앞 서산 네거리부터 삼봉 다리까지를 잇는 해당 구간에 80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4100여 가구를 건설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엽서에도 지난해 진행된 새집들이(새 주택에 입주할 예정인 주민들이 벌이는 행사) 현장이 담겼다. 이는 당국이 한해 동안 '지방발전 20X10' 정책 아래 전국 각지에 주택을 건설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가운데 이러한 성과를 과시하고 올해도 해당 사업을 당의 주요 목표로 이어갈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 조선의 소리는 6일 '우표세계에 끌리다'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북한에서 우표가 지닌 의미를 소개하며 우표를 수집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방송은 우표를 한 나라의 특징적 면모를 그대로 반영한 '증권'이자 '명함'이라고 칭하는 한편 "세계 첫 우표가 1840년에 발행되고 북한의 첫 우표가 1884년 발행됐다"며 북한의 깊은 우표사를 자랑하고 나섰다.
북한에서 우표는 체제선전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북한 우표사업은 당 핵심부서인 선전선동부 산하에서 전개되며, 북한은 우표를 통해 지난해의 경제·군사적 성과를 과시하고 새로운 해의 정책 노선을 예고한다.
또한 우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목록에서 제외돼있기 때문에 북한은 자국의 역사 유적지나 유물, 천연기념물 등을 도안으로 한 우표를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방송에 출연한 김경일 고려국제여행사 부원은 "우표에는 군사 문화 전통풍습 등이 다 담겨있다"면서 "외국인들을 우표에 나오는 명성지들로 안내하면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아내 오심향 씨는 "지난해 월드컵에서 메달을 두개나 딴 여자축구선수들이 우표에서 공화국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멋있어 우표를 사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우표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은 오는 20일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와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한 여자대표팀, 그리고 아시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김금영 선수를 기념하기 위한 우표 4종이 발행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김정일 탄생 83주년 기념(2월 16일) △김일성 탄생 113주년 기념(4월 15일) △조총련 결성 70주년 기념(5월 25일) △조국해방 80주년 기념(8월 15일) △당 창건 80주년 기념(10월 10일) 우표 등이 발행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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