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도 빠듯한데…北은 왜 '지방발전 정책' 자금 투입 확대했나
공장 건설 계획에 '병원·양곡관리소' 추가…획기적 변화 모색 자구책
제재 속 경제 사업 확대 이례적…러시아 지원 바탕 자신감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지방 발전을 위해 올해부터 추진 중인 각지 공업공장 건설에 더해 병원과 과학기술보급거점, 양곡관리시설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지방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관광지 개발에 수해 복구까지 겹치면서 이행해야 할 경제 과업이 빠듯한 상황에서 사업을 오히려 확대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지난 24~25일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 여러 곳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당의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실행해 나감에 있어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함께 보건시설과 과학기술보급거점, 양곡관리시설 건설을 병행해 지방 중흥을 가속화하는 데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라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김 총비서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시한 올해 역점 사업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20개 시, 군에 공업공장을 건설해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평양에 못지않게 끌어올리겠다는 사업이다. 지난 2월 28일 평안남도 성천군 착공식을 시작으로 20개 시, 군이 지방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장만 짓는 게 아니라 여기에 더해 병원과 과학기술거점, 양곡시설까지 건설하는 것으로 정책을 확대·수정하겠다는 것이 새 발표 내용이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지방발전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정책이 "보다 방대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시점상 김 총비서가 최근 다녀온 지방 현지지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 7월 양강도 삼지연시 건설사업과 함경남도 신포시 바닷가양식사업소 건설 준비사업,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 사업 등 지방을 연이어 시찰했다.
이곳에서 백두산을 끼고 있는 삼지연시와 동해안 도시인 원산은 관광지구로, 동해 수산업의 거점인 신포시에는 바닷가양식사업소를 건설해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원이 풍부하고 자연지리적 특징이 뚜렷한 점을 적극 활용해 이곳들을 지방 경제의 거점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교시'를 따라야 할 기준으로 삼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적으로 이미 이 시점에 지방에 공업공장을 짓는 것만으론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김 총비서가 "지방발전 정책이 경공업공장건설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보건과 과학교육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정책이 되어야 진정으로 지방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 향사에 참답게 이바지될 수 있고 지방발전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병원은 주민들의 건강과, 양곡관리소는 식량 문제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과학기술보급거점은 주민들의 수준을 높여 자립을 돕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예산이다. 일 년 계획을 연초에 확정해 '빡빡하게' 추진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갑자기 대규모 예산을 추가로 확보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러시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러시아가 현시점에서 '최대의 우방'인 북한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방, 시 군들에 '큰 규모의 발전된 병원들'을 세워 지방주민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겠다면서 우선 건물을 지은 뒤 설비를 국가적인 차후 계획에 따라 갖추기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엔 평양종합병원을 건물만 짓고 설비 부족으로 4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엔 큰 병원의 설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은 대북제재로 기존의 사업 기한을 연기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모습은 자주 보여왔지만 이번처럼 오히려 확대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러시아가 '대대적 자금'을 지원하진 못해도 북한이 가장 원했던 핵심적인 자원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관광지 개발, 병원 건설 등은 북한이 이미 추진해 왔던 정책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북한이 제재로 확보하지 못했던 핵심 장비나 설비, 인력 지원을 통해 '간지러운' 곳을 긁어줄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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