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안 9일이 수해 행보…달라진 김정은 재난 대응[노동신문 사진]
물리적 재건→수재민 구호 활동 중심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최근 행보가 재난 대응에 '초집중'돼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평안북도 수해 현장을 처음 찾은 날부터 20여일간 수해 대응에 쓴 날이 무려 9일에 이른다.
1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 총비서는 지난달 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수해 현장을 찾아 고립된 주민 5000여명의 구조를 지휘했다.
이후 △7월 29~30일 수해 복구 대책을 위한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주재 △8월 2일 주민 구조에 공헌한 공군 직승(헬리콥터)비행부대 장병들에 훈장 수여 △8월 7일 수해 복구에 투입된 청년들 진출식 참석·격려 △8월 8~9일 수재민 천막 방문·위로 △8월 15일 평양 도착한 수재민 1만 3000명 환영 △8월 16일 수해 지역 학생들 시범수업 참관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날짜로 따지면 수해 현장 첫 방문부터 20일 동안 절반에 가까운 9일을 수해 관련 행보에 쓴 셈으로, 이는 이전 수해 대응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편이다.
특히 이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해 복구 못지않게 수재민들을 돌보는 데 상당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김 총비서의 수해 관련 일정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비교적 큰 수해로 기록된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 때를 비롯해 그간의 수해 대응은 주로 김 총비서가 현장을 둘러보며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당 회의를 통해 살림집 건설 등 복구 대책을 지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재민들을 위해서는 김 총비서가 식량과 의약품, 생필품 등을 보냈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재민들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천막 숙소를 직접 찾아 쌀 등 지원 물자를 나눠주는가 하면 주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위로하는 등 구호 활동에 애를 쓰고 있다. 또 1만 3000명에 이르는 수재민들을 평양에 데려와 돌보며 학업 등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챙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에 대한 조치가 부각되고 있는데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어린이들과 학생들에 대한 보육과 교양, 교육 문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제1의 국사"라며 평양에 이들을 위한 임시교실까지 꾸렸다.
북한의 수해 대응이 복구 중심에서 수재민 구호 활동으로 옮겨간 것은 여러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애민 지도자' 이미지 구축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단순히 새집을 지어주는 것보다 위기에 처한 주민들을 국가가 적극 나서 구조하고 끝까지 돌보는 것이 김 총비서에 대한 충성심을 더 쉽게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김 총비서가 수해지역 어린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끌어안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스킨십 사진을 연일 수십장씩 공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미래 세대를 통해 민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인권 관련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그간 수해 복구에 있어 침수된 건물이나 인프라 등 시설 재건에만 신경을 쓰며 수재민들이 처한 상황은 공개하지 않는 등 구호활동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수재민의 임시 천막까지 공개하면서 동시에 이들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국제사회의 수해 지원을 모두 거절한 북한이 자력으로도 얼마든지 주민을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거의 매년 수해가 발생하고 있어 북한의 재해 대응에 대한 의문이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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