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 혜산시 도로 확장·포장…北, '백두산' 관광 활성화 맞춰 단장
중심도로 포장·하수망 보수 진행…노동신문 "공사 과제 방대"
中과 50m 거리 외부 노출 의식…백두산-삼지연 연계 관광 의도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북중 접경 도시인 양강도 혜산시의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등 대대적인 도시 단장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양강도에서 당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혜산시 도로들의 면모를 일신시키고 있다"라며 "공사과제가 방대하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혜산시는 시의 중심도로 포장과 함께 윤환선(순환선)도로 건설,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수망, 우수망(빗물받이체계)을 비롯한 도시 하부구조시설 보수작업도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혜산시의 중심도로 1단계 포장 공사와 보도블록 깔기가 마무리됐다면서 자동차 운행의 안전성과 신속성은 물론 주민들의 교통상 편의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로 미뤄 1년 가까이 혜산시 단장 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혜산시는 중국 지린(吉林)성 바이산(白山)시 창바이(長白)현과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중 접경 도시다. 그 사이가 불과 50m 거리에 불과해 이 일대는 탈북민들에게는 주요 '탈북 루트' 중 하나로, 관광객들에게는 북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 명소이자, 백두산 관광의 관문 중 하나로 통한다.
북한이 혜산시 재단장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같은 지리적 위치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특히 최근 김정은 총비서는 양강도 삼지연시 개발 현장을 찾아 "삼지연시를 특색 있는 복합형 산악관광지구, 사계절 산악관광지구로 개발해 국제관광도 활성화해 나갈 구상을 피력"하면서 "세계적인 명산 백두산관광문화지구를 훌륭히 일떠세워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들 것"을 지시했는데 혜산시도 이들과 연계한 관광지의 하나로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됐을 수 있다.
중국 창바이현에서 출발해 혜산시, 삼지연,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과거 중국 관광객들의 대표적 북한 육로관광 코스 중 하나였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국경에 철책이 새로 설치되는 등 북측 통제가 삼엄하지만 만약 북한이 중국인 육로 관광을 재개한다면 이곳 역시 관광 상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혜산시가 중국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외부에 자주 노출된다는 점을 의식해 재단장에 나선 의도도 있어 보인다.
창바이현 압록강변은 북한을 들여다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이곳 자체가 하나의 관광 '명소'로 꼽힌다. 강변에는 혜산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북한을 직접 방문할 수 없는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거나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영상을 촬영하곤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는 이곳에서 바라본 북한이라며 열악한 북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이 넘친다.
실제 지난 4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장백현 압록강변에 설치된 관광 철탑이 북한 양강도 측의 요구로 운영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높이 50m, 길이 70m의 이 거대 유리 철탑은 지난 2021년 한 현지 사업가가 북한 구경을 목적으로 세워 유료로 운영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철탑에 오르면 혜산시 주민들의 생활 형편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북측에서는 이를 '모욕적'이라며 철거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고, 중국도 이를 받아들여 조만간 철거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외국인 관광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북한은 이처럼 관광지를 비롯해 외부인에 노출이 잦은 지역을 위주로 정비 사업을 집중 벌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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