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김정은에 또 '아우루스'…물량공세로 北 경제난 '후방 지원' 포석

러 결제체계에 北동참·무역 확대 위한 두만강 교량 건설
푸틴, '제재 위반' 또 선물…제재 맞선 경제지원 상징

1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2024.06.1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찾은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 '선물 공세'를 펼쳤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협력하면서 북한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숨김없이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이날 오후 일대일 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상당한 '경제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추측된다.

회담 배석자 수만 보더라도 북한 측에서는 6명이 참석한 데 비해 러시아 측에서는 두배 이상인 13명의 인사들이 배석했다. 그만큼 북한에 줄 '선물'이 많다는 의미인 셈이다.

러시아 측 배석자에는 에너지 부문 부총리, 천연자원부 장관 겸 북러경제공동위원장, 교통부 장관, 보건장관, 연방우주공사 사장, 철도공사 사장 등이 포함됐다.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 보건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배석자 6명 중에서도 군 관련 인사는 박정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한명뿐인데 반해 김덕훈 내각총리와 윤정호 대외경제상 등 경제 분야 인사는 두 명 포함됐다. 겉으로 보면 군사보다 경제 협력 논의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경제 지원 방안 중에는 루블화에 기반을 둔 무역 및 결제 체계에 북한을 동참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달러를 통하지 않는 독립적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확대하고 있다. 북한 역시 대북 제재로 대외 경제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어 러시아의 결제 시스템을 통하면 무역 거래에서 제재를 우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협정에선 또 두만강 국경도로 다리 건설에 관해서도 합의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 국경 두만강 위에 건설된 다리로는 철도 운송만 이뤄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2015년부터 연해주 하산과 북한 두만강을 잇는 자동차 전용 다리 건설 협상을 시작했으나 진척이 없었다. 국경에 다리가 건설되면 더 많은 물자와 인력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번 방북길에 김 총비서에게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인 아우루스 한 대와 차(茶) 세트, 한 해군 장성의 단검을 선물했다. 아우루스는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선물한 차량으로, 김 총비서는 이를 전용차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아우루스는 사치품으로 여겨져 이를 선물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아우루스를 한 대 더 선물했다는 것은 미국 중심의 제재를 보란 듯이 무시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