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식했나…평양 '1만 세대 추가' 보도 비중 줄었다[노동신문 사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올해도 평양에 1만 가구의 새 주택을 짓는 사업에 착수했다. 매년 1만 세대씩 5년간 평양에 총 5만 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의 4년 차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첫해 사업인 송신·송화지구 건설은 지난 2021년 3월 착공돼 이듬해인 4월 완공됐다. 2년 차 화성지구 공사도 2022년 2월 시작해 이듬해 4월 완공됐고, 3년 차 사업인 화성지구 2단계 건설은 지난해 2월 착공해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택의 '질'까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매년 1년 남짓한 기간 안에 1만 세대의 주택을 만들어내며 4년 차까지는 별다른 차질 없이 계획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양 주택 건설 사업은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됐던 기간과 겹친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이 얼마나 이 사업에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코로나19로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원산갈마관광지구 같은 중요 대상 건설을 중단해야 했고 야심 차게 시작한 평양종합병원 건설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평양에는 매년 8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현대적인 거리가 새로 생겨났다. 1만 세대 건설 사업 말고도 보통강변에 고급 주택단지 경루동이 생겼고, 올해는 서포지구 4100여 세대 살림집과 평양 외곽 강동온실농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도 매해 착공식에 참석하며 사업을 챙겼다. 1~2년 차 때와 달리 직접 연설까지는 하지 않지만 이번에도 발파 단추를 누르고 건설자들을 격려했다. 체제 유지의 핵심 계층인 평양 주민들을 위한 주택 공사가 여전히 당의 우선순위에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예년에 비해 올해는 보도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1년 차 착공식(2021년 3월24일)은 3개 면에, 2년 차(2022년 2월13일)는 2개 면에 걸쳐 보도됐다. 3년 차(2023년 2월16일)는 평양 강동온실농장 착공식 소식과 함께 3개 면에 보도됐는데 수도 주민들의 주거 문제뿐 아니라 '먹거리'까지 함께 챙기는 모습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번 4년 차 착공식 소식은 단 1개 면에만 실렸다. 공사 규모가 준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이는 올해 북한이 지방 경제 활성화를 당의 핵심 사업으로 삼은 데 따른 영향일 수도 있어 보인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현시기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서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지방발전20X10 정책'을 제시했다.
이후 신문은 최근까지 거의 매일 지방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선전을 해왔는데 이미 수만 세대 새 주택이 들어선 평양에 또 1만 세대를 추가하는 사업의 시작을 굳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지방 민심을 잡으려는 데 괜히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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