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이삭, 감자, 된장…먹거리 풍성한 선전화에 드리워진 북한의 식량난
'전원회의 관철·지방발전 정책' 선전화에 먹거리 빈번하게 등장
알곡 생산 목표 달성 과시에도 식량문제 여전히 심각 방증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올해 들어 제작한 선전화에는 유독 먹거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북한의 선전화에는 그 시기 가장 중요한 과업이 담기는 만큼 먹거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식량문제 해결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달 28일 공개된 '지방발전 20X10 정책' 관련 선전화 9개 중 7개에는 과일과 빵, 깨, 고추장, 사탕, 콩기름 등 먹거리가 등장한다. 같은달 21일 공개된 같은 취지의 선전화 6개 중 2개에도 풍성한 이삭이 맺힌 볏단과 된장, 구기자차 등 식품이 묘사돼 있다.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다그치기 위한 선전화(지난달 3일 공개) 17개 중에도 6개에 벼와 논, 드론을 이용한 농약 살포 모습, 감자, 어민이 잡아 올리는 물고기떼 등 먹거리를 등장시켰다.
북한은 당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직관선전과 선동을 목적으로 선전화를 제작하는데, 먹거리가 선전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것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직간접적으로 인정할 만큼 북한 내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알곡 생산 목표 달성을 과시하면서도 농촌경리 기계화, 관개체계 완비, 간석지 건설, 밀가공, 원양어로 적극화 등 먹거리 관련 대책을 중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에 알곡 생산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전한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 여전히 식량 확보 문제가 절실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23~24일 열린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의 식료품 공급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당과 정부에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방 배급체계 붕괴에 따른 식량 부족으로 지방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당 중앙'에서 이를 체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신년인사회에서 북한 경제 상황과 관련 "배급제가 붕괴되고 식량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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