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對中무역의존도 95%…구조화되면 '주체' 정권 유지 부정적"
KDI 북한경제리뷰…"봉쇄 해제 후 북중무역 늘려도 장기적으로는 경제 역효과"
한미일vs중국 '전선' 뚜렷해져…"中 정치적영향력 본격화 계기"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의 대(對)중국 무역의존도가 95%를 넘긴 가운데, 절대적인 의존도가 구조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북한 경제 발전에는 물론 정권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발간된 KDI 북한경제리뷰 '북중협력, 북한경제의 돌파구일까'에서 지난 2019년 북한의 무역 총액 32억4500만달러 중 30억9400만달러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는 무역 총액의 95.4%에 이르는 규모다.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2011년(88.5%)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 2014년 90.2%로 90%를 넘긴 데 이어 2018년엔 95.8%까지 올랐다. 2011~2019년 평균은 91.2%다.
북한처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2011~2019년 대중 무역의존도 평균치를 비교하면 북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국가인 몽골은 대중 무역의존도가 61.5%로 북한보다 30%p 가까이 낮다. 이외 국가들은 1.5%(부탄)에서 32.5%(미얀마) 사이에 분포돼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예전처럼 북중 무역을 확대해나갈 경우 단기적으론 북한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진정한 경제 성장에는 역효과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북한의 대외교역 90% 이상 담당할 경우 수요 독점자가 되면서 자국에 유리한 교역환경을 창출하고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 경제는 국제 공급망에서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공급망을 모색하고 있는데 북한이 90%가 넘는 대중 의존도를 고착화할 경우 북한은 자동적으로 새로운 공급망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 경제 발전 기회가 박탈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2010년까지는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았다. 1990년대엔 구 소련과 교역을 기본으로 하면서 중국과의 교역을 병행하며 소련 영향력의 절대화를 차단했고 1990년대 이후엔 한국, 일본, 중국과의 교역을 적절히 배분해 특정 국가와 과다한 교역을 방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엔 한국과 일본이 대북제재에 나서면서 주요 교역 상대국이 중국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 이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때부터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북한도 나름대로는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로 이어지는 것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정책들을 펼쳤다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진단했다.
그는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핵, 미사일을 매개로 미국과 안보 문제를 협상한 것을 예로 들었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안보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미국이 이에 호응할 경우 거꾸로 북한이 미국을 통해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했는 것이다.
하지만 동북아를 둘러싼 전략 환경의 변화로 앞으로는 북한이 중국을 대상으로 '미국 카드'를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내다봤다.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정치와 경제, 외교 분야에서 3각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미국의 국가전략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중국을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벌인 뒤 이를 토대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 안보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미국도 북한에 독자 대응하기보다 한미일 3각 협력체제를 토대로 공동 대응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판단했다.
북한이 북러 협력을 급속도로 확대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방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중국과의 위상 차이가 큰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면서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국경봉쇄를 풀고 북중무역을 급속히 확대함으로써 중국에 경제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고착화시키면 북한경제의 올바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마저 본격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결정은 오랜 시간의 심사숙고를 거쳐 전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