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왜 파리올림픽 태권도 출전 안 했나…같고도 다른 남북 태권도
한뿌리였던 태권도…南은 WTF로, 北은 ITF로 각자 발전·보급
IOC 정식 종목은 WTF 태권도…남북 화합 꾀했지만 北 출전 전무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한국 태권도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운 가운데 태권도를 국기(國技)로 둔 북한은 이번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지 않았다.
태권도는 북한도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종목이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출전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는 태권도 연맹이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다른 태권도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태권도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태권도 창시자'로 불리는 최홍희라는 인물로 이어진다. 육군소장 출신의 최홍희는 지난 1966년 3월 서울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을 만들어 태권도 세계 보급에 힘썼다.
그러나 1970년대 박정희 정권과 정치적 이유로 갈등을 빚다가 캐나다로 망명했고, 이후 북한과 교류하면서 태권도를 전수해 ITF는 북한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그사이 한국은 1973년 대한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F, 현 WT)을 결성해 태권도를 발전시켰다.
이렇게 세계에는 한국이 주도하는 WTF와 북한이 이끄는 ITF가 존재하게 됐는데 지난 19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이 WTF의 태권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올림픽에는 WTF 소속 국가들의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북한 선수들이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 있다.
남북 태권도는 연맹만 다른 게 아니다. 수십년간 각자 태권도를 발전을 시키면서 용어와 경기 규칙을 비롯해 외연이 크게 달라졌다.
두 태권도의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한국 태권도는 스포츠적 요소가 강한 반면 북한 태권도는 실전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북한 태권도는 우리와 달리 손으로도 얼굴 공격이 가능해 주먹 기술도 많다. 반면 우리는 발차기로 주로 공격한다. 또 북한은 보호대 없이 신발과 장갑을 착용한다면 우리는 호구로 머리와 몸통을 보호하고 맨발로 겨룬다.
이같은 차이에도 두 연맹은 그간 교류를 이어오면서 화합과 통합 논의를 해왔고 때로 민족 교유의 무예로서 태권도가 남북 화합의 매개가 되기도 했다. 남북 간 훈풍이 불었던 지난 2002년엔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첫 태권도 교류가 이뤄졌다.
2014년에는 장웅 당시 북한 IOC 위원이 이끄는 ITF와 WTF가 합의의정서를 체결하면서 두 연맹에 소속된 선수들이 서로의 경기 규칙을 준수하면서 양 단체 주최 대회와 행사에 교차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ITF에 소속된 북한도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출전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따라 2015년엔 러시아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 ITF 시범단이 시범공연을 선보였고, 2017년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도 ITF 시범단이 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두 소속 태권도 시범단이 개회식에서 합동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권도 역시 남북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었고 그 영향으로 북한 태권도는 아직 한 번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ITF는 2002년 최홍희의 사망 이후 여러 조직으로 분열됐지만, 북한은 나름대로 ITF 주관 국제대회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태권도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I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64개를 획득하고 국가별 종합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에는 태권도를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해달라고 단독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아리랑과 김장문화도 각각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어 태권도 역시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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