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경고' 받았던 북한, 올해 들어 해외축구 '무단 중계' 중단한 듯
EPL만 수백 회 무단 중계한 北TV, 작년 12월23일 끝으로 두달째 중단
FIFA 경고로 '불법 중계' 더 어려워져…국제 무대 '위상 높이기' 차원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월드컵 무단 중계'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북한이 올해 들어 해외 프로축구 경기를 단 한 번도 중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뿐 아니라 그간 무단으로 방영했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 5대 리그를 포함해 모든 해외 축구 경기 중계가 중단됐다.
29일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2월23일 2023-2024 시즌 EPL 첼시와 애스턴빌라전을 끝으로 두 달 넘게 해외 축구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
축구 인기가 높은 북한은 이전까지 거의 매일 한 차례씩 해외축구 경기를 녹화 중계해 왔다. 중계 중단 직전까지만 해도 올 시즌 EPL 경기를 12월에만 16회, 11월 20회나 중계했는데 시즌 도중 이를 갑자기 중단했다는 점에서 당국 차원의 조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의 해외 축구 경기 무단 중계는 그간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EPL 측과 세리에A 측은 지난해에도 중계권 계약을 맺고 있지 않은 북한이 무단으로 경기를 중계 방송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 중계를 이어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불법으로 녹화 방영한 해외 축구경기가 EPL 15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0회, 프랑스 리그1 49회, 세리에A 41회, 독일 분데스리가 31회, 스페인 라리가 28회에 이른다.
FIFA는 북한이 지난해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렸던 여자 월드컵 축구 경기를 무단 중계한 사실을 확인하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위원회(KRT)에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것을 촉구하는 경고장을 보냈다. 저작권 침해 조사까지 시사했다.
북한이 갑자기 해외축구 경기 중계를 중단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경고'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국제 스포츠 대회에 불참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국제 반도핑 규범을 따르지 않아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비준수 단체로 지정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았다. 대회에서의 북한 인공기 게양도 금지됐다.
그러다 4년여 만인 지난해 국제 스포츠 대회에 복귀하면서 WADA의 규약 준수국 지위를 회복하는 등 나름 국제 규범을 준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스포츠 대회를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중계 중단도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일 수 있어 보인다.
여기에 최근엔 2024 파리올림픽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준비하면서 나름의 성적을 내고 있어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FIFA는 경고와 함께 북한의 무단 중계를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한반도 중계권 계약' 관행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전까지 FIFA는 한국 방송사들과 북한 내 중계권이 포함된 '한반도 중계권 계약'을 맺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이 중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이제 지원을 받기는 더 어려워졌고, 북한의 '불법' 중계를 가리기는 더 쉽게 된 만큼 마냥 '해적 중계'를 계속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은 축구 중계를 중단한 이후부터 탁구, 배구, 농구, 정구, 레슬링 국제대회 경기를 녹화 중계하고 있다.
북한이 합법적으로 해외 축구경기를 중계하려면 FIFA에 직접 돈을 내고 계약을 맺는 등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중계료로 직접 계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 내 높은 축구 인기나 앞으로 올림픽, 월드컵 출전을 고려하면 또 다른 지원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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