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기자의 개봉영화]클라우드 아틀라스-거대한 메시지, 보는 횟수만큼 보인다
</figure>인간세상에서 어느 정도의 이기심과 욕심은 늘 묵인돼 왔다. 따지고 보면 꿈이나 목표란 것도 그 근본은 이기심이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은 자연스런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간혹 어떤 이상과 가치를 위해 자신이 입게 되는 손해를 감수하거나 타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본능이란 그 어떤 예외도 없어야 하겠지만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사람들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많다.
허나 인간세상은 여전히 이기심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공생이나 공존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해도 좋다는 게 이른바 '대세'다. 전쟁과 차별로 얼룩진 인류의 역사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때문에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은 보편적인 본능이라기보다는 대를 이어 선택적으로 내려오는 '유전(遺傳)' 같은 것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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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데도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대를 이어 실패가 반복되는 건 유전적인 이유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는 상당수의 인간들에게 이기심과 욕심은 유전처럼 전해진다. 이기심과 욕심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인간이란 몸뚱어리를 통해 계속 '환생(還生)'하는 것이 된다.
환생을 소재로 한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6개의 에피소드들은 지구상의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지만 공통된 특징을 하나 갖고 있다.
각 에피소드는 모두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눠진다는 것. 또 가해자는 대부분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피해자는 반대로 이타적인 성향을 보인다.
때문에 피상적으로는 인간의 환생을 소재로 하는 것 같지만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유전처럼 이어지는 선(善)과 악(惡)의 환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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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각 에피소드별 주인공들은 모두 혜성모양의 흉터를 갖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 대부분이 이미 시스템화 된 세상의 편견에 맞서고자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대칭점에는 돈과 권력으로 그 시스템을 만든 힘을 가진 자들이 있다. 여기 지구에서 그 싸움은 계속돼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다만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첫 에피소드에서 그 싸움의 근본원인을 제시한다.
1849년 샌프란시스코로 가던 배 안에서 애덤 어윙(짐 스터게스)은 헨리 구스(톰 행크스) 박사에 의해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는데 헨리가 애덤을 죽이려 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금을 빼앗기 위해서다.
헨리가 가진 이기심과 탐욕. 그것은 이후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 힘을 가진 가해자들에게도 유전처럼 이어진다.
살해를 시도하면서 헨리가 애덤에게 던지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푸른 지구에서 모든 인간관계를 정의하는 법칙은 단 하나야. 약한 자는 고기가 되고, 강한 자는 먹는다."
세대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꿈꿔왔지만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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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때문에 가장 눈여겨봐야할 존재는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배두나가 열연한 '손미'라는 캐릭터다.
복제인간인 그녀는 잘못된 시스템에 맞서려는 정해주(짐 스터게스)를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이후 2346년 모든 문명이 파괴되고 다시 원시로 돌아간 지구에서 남겨진 사람들에 의해 신으로 추앙받는다.
그것은 마치 2000여 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는 과정과 닮았지만 가르침은 전혀 다르다. 그녀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내세를 믿지 않았다.
윤회사상을 대놓고 표방할 정도로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만큼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반기독교적인 성향을 매우 강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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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결론도 사실 대단히 충격적이다. 약육강식의 자연적인 서열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이 유전처럼 환생을 통해 계속 이어지는 만큼 아예 다른 행성으로 이사를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만큼 현실적이라서 충격적이다.
이처럼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어렵다. 한 번 봐서는 퍼즐처럼 흩어진 여섯 개의 에피소드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조차 힘이 든다. 때문에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보는 횟수만큼 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봤던 영화를 또 다시 보기는 힘이 드는 법. 그래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문명이 몰락한 새로운 지구에서 신으로 추앙받는 손미(배두나)의 한 가지 가르침만이라도 계속 반복하면서 관객들이 기억할 것을 종용한다.
"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 아니다. 자궁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의존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우리가 죄를 범하고, 선을 베풀 때마다 새로운 미래가 태어난다." 9일 개봉. 상영시간 172분.
lucas0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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