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속에 피임약·성병치료제?…20대 베트남 아내 외도의 끝은[사건의 재구성]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사람들이 우리 만나는 거 다 알아.'

아내가 외간 남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아내의 외도가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었을 때, 이는 A 씨를 격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15년 50대 남성 A 씨와 베트남 국적의 20대 아내 B 씨는 국적, 나이차이를 이겨내고 백년가약을 맺었다.

1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하고 아이도 낳으며 순탄하다고 믿어왔던 결혼 생활이었지만, 아내의 내연 관계는 모두를 비극으로 몰고갔다.

이들 결혼 생활이 비틀린 시점은 2023년 5월쯤 아내 B 씨가 "베트남 지인들을 만난다"며 외박이 잦아지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비슷한 시기 B 씨는 A 씨와 스킨십도 거부했다. 스킨십을 거부하던 아내 가방에서 '피임약'과 '성병치료제'가 발견되자 A 씨의 의심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또 아내 휴대전화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남성 C 씨와 주고받은 문자, 아내가 외박했던 주말 C 씨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A 씨는 격분하고 말았다.

폭발한 A 씨는 인터넷으로 회칼을 주문했고, 아내와 내연남을 모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2024년 3월 26일 새벽 1시경 아내가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각, 그는 주문했던 흉기로 아내를 무참히 살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A 씨는 곧장 내연남의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C 씨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던 A 씨는 집 밖으로 나온 내연남을 발견하곤 자동차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내연남의 하반신을 들이받았다. 이후 준비했던 흉기로 살해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으나, C 씨가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살인미수에 그쳤다.

결국 A 씨는 1심에서 살인, 살인미수,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중형인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내와 내연남의 외도로 인해 "A 씨가 패배감과 상실감 등을 느꼈을 것을 고려한다"면서도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며 중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A 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C 씨가 A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A 씨가) 부양해야 할 어린 자녀와 부모가 있는 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