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의장 선거 무산에 야권 '반발'…"부끄러운 역사"

18일 이성룡·김기환 의장 후보 사퇴…같은 지역구 박성민 중재
의장 재선거, 무효 확인 소송 이후 내년 1월 재추진될 듯

이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과 민주당 시의원 2명이 이날 본회의 이후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울산시의회 제공)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18일 예정됐던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재선거가 국민의힘 두 후보의 사퇴로 무산된 가운데, 사퇴 결정에 지역 국회의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야권에서는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대립각을 세우던 김기환 의원과 이성룡 의원은 이날 오전 의회 사무처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의장 선거는 취소됐으며, 추후 의장 선거가 재개될 때까지 의장 직무대리 체제가 유지된다.

국민의힘 중앙당은 앞서 공문을 통해 의원총회 결과에 불복한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즉각 실시할 것을 주문했지만, 이날 김 의원이 후보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시당 윤리위원회 소집도 잠정 연기됐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의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깊은 고민 끝에 뜻을 모아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에는 두 의원과 같은 지역구인 울산 중구 출신 박성민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울산 중구 당협위원장으로서 지난 15일 늦은 시각 두 의원과 직접 만나 당협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 동시 후보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자리에서 의장 선거를 안수일 의원이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의장 선출결의 무효확인’ 소송 선고 이후 내년 1월에 재추진하기로 논의해 5개월여 지속된 ‘의장 공석’ 사태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울산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김기환 의원과 이성룡 의원.

향후 김기환·이성룡 두 의원의 후보 출마를 차단하고, 논쟁이 일었던 '소송 전 의장 재선거' 감행도 막으면서 시의회 정상화로 나아가겠다는 게 당의 방침이다.

다만 지난달 중앙당이 보낸 ‘광역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협조의 건’ 공문에서 비롯된 의장 재선거 논의가 시의회 자체 해결이 아닌 지역 여권의 중재로 또다시 물거품이 된 형국이다.

이에 울산시의회 손근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 “울산시의회는 전국적으로 전례 없는 부끄러운 역사를 지속해서 써 내려가고 있다”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안 한다. 아이들이 시의회를 모의 체험할 것이 아니라 시의회가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벤치마킹하러 가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이후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시의회의 독립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주민의 대표로 선출된 시의원들이지만 여전히 주민보다는 윗선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중앙당은 불법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더니 국민의힘 울산시당 역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사과를 하고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반성하지 않거나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