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인 줄 알고…이웃에 빙초산 줘 숨지게 한 시각장애인 집유

울산지방법원 /뉴스1 ⓒ News1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빙초산을 음료수인 줄 알고 이웃이 마셔 숨지게 한 80대 시각장애인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정인영 부장판사)은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시각장애 1급인 A 씨는 지난해 9월 울산의 자택 인근 평상에서 이웃들과 얘기하던 중 평소 친분이 있던 70대 B·C 씨 목소리가 들리자 집에서 음료수 2병을 꺼내 와 이들에게 건넸다.

그러나 해당 음료를 마신 C 씨는 갑자기 "속이 답답하다"며 고통을 호소하면서 구토했고, 이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조사 결과, C 씨가 마신 음료수병엔 '식용 빙초산'이란 라벨이 붙어 있었다.

식용 빙초산은 석유에서 뽑은 순도 99% 이상 아세트산으로서 원액 섭취시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한다.

B 씨는 비타민 음료수를 마신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이와 관련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시각장애로 문자를 볼 수 없고 색깔을 구별할 수 없으며, 눈앞에 움직임이 없으면 사물을 구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시각장애인이어도 다른 사람에게 음식물을 건넬 때 독극물이 아닌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A 씨 자신이 눈이 나빠 확인할 수 없다면 주변 사람에게 음료수병이 맞는지 물어봤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B 씨에게 건넨 비타민 음료수병은 표면이 매끈한 반면, C 씨에게 준 빙초산 병엔 주름이 있어 A 씨가 촉감으로 이를 구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받은 병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신 점, 유족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