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농장을 먹어요"...산지 소값 하락에 울산 한우농가 '줄폐업'

정인철 한우협회 울산지회장 "소 한 마리당 평균 200만원 손해"
3년간 울주군 한우농가 폐업 신고 380곳, 휴업 신고 51곳

산지 소값이 크게 하락하고 생산비가 늘면서 한우농가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 한 한우농가 소들이 여물을 먹고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처음에는 소가 사료를 먹었는데 이제는 소가 농장을 먹어요.”

정인철 전국한우협회 울산지회장은 14일 ‘산지 소값 폭락’ 현상 관련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했다.

최근 한우가 공급되는 양에 비해 소비가 위축되자 한우 산지 가격과 도매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한우를 도축해 도매로 넘기는 도매가격은 1만6846원으로, 3년 전보다 28.2% 하락했다.

이처럼 산지 소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사료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사육비는 오르면서 한우농가의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 마리당 평균 순손실은 142만6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73만6356만원 증가했다.

정인철 지회장은 “지금 소 한 마리 키우는데 사료 값이 400만원 정도 들어간다”며 “이제는 품질이 좋은 소를 팔아도 겨우 본전을 뽑는데 그보다 못한 소들은 평균 200만원 넘게 손해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 지회장은 “주변에 축사를 내놓은 사람이 많다”며 “구·군이나 시 차원에서 사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결국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울산의 도농복합 지역인 울주군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폐업 신고한 한우농가는 380곳이며 휴업 중인 농가는 51곳이다.

축산농가가 많은 북구에서도 2022년부터 매년 4~5곳이 꾸준히 폐업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자 전국한우협회는 오는 7월 3일 서울에서 1만명 규모의 대규모 ‘한우 반납’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한우산업 지원법’을 제정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정인철 지회장은 “현재 한우농가의 어려움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울산에서도 집회 참석을 위해 버스 10대 정도의 인원이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