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택가에 조성 '김유신 문화거리'… 주민 반응은?

"구간 짧고 특별한 볼거리 없어 아쉬워"
남구청 "의견 반영해 상권 활성화 노력"

26일 울산 남구 신정3동 일대에 위치한 은월사 앞에 김유신 문화거리 간판이 세워져있다.2024.4.26/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 남구 신정3동 일대 노후화된 주택가 골목에 '김유신 문화거리' 게이트가 우뚝 세워져 있다. 김유신 선대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은월사 앞은 불법 주차된 차량이 가로막고 있다.

지난 26일 낮 12시쯤 찾은 김유신 문화거리의 모습이었다. 24일 준공식을 마쳤지만 인적이 드물어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김유신 문화거리는 2017년 신정동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자발적으로 나서 만든 '미디어 아트 거리' 형태로 시작됐다. 김유신과 화랑을 주제로 한 이유는 은월사에 김유신 선대의 위패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상권 활성화의 기대를 모았지만 마땅히 구경할 만한 문화공간이 없어 방문객이 줄어들었고,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민간업체도 손을 떼 방치돼 왔다.

그러다 작년 은월사의 울산시 1호 등록문화재 지정에 힘입어, 신정3동 도시재생 문화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김유신 문화거리에 추가적인 설계를 완료해 이달 24일 우여곡절 끝에 준공되었다.

거리를 지나가던 행인들은 김유신 장군에 대한 역사 해설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주택가 한복판에 김유신 문화거리를 조성한 터라 주민들 사이에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유신 장군의 역사를 기반으로 만든 '골목미술관'은 개인 주택 담벼락에 벽화처럼 조성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생활 소음이 선명하게 들렸다. 골목 한가운데 벤치도 놓여 있었지만, 이를 이용하는 주민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김유신 간판만 단다고 해서 도시재생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가로등이나 주차장을 만들어주면 모를까."

골목미술관 바로 옆 주택에 거주한다는 60대 주민 A 씨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관광지 활성화보다도 원주민의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우선이란 것이다.

26일 울산 남구 김유신 문화거리 내에 조성된 골목미술관. 주택가 사이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다. 2024.4.26/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인근 가게 주인 B 씨는 "김유신 문화거리가 만들어졌지만 당장은 몇 년 전과 큰 변화를 체감 못 하고 매출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월사에서 골목미술관으로 가는 구간이 너무 짧고, 외부인들에게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김유신 문화거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낡은 여관 건물이 보이고, 거리 곳곳 상가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B 씨는 제대로 된 '문화거리'를 만들려면 골목 전체의 낡은 상권을 정비하고 시민들이 걸으면서 즐길 만한 요소들을 더 들여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구는 '신정3동 도시재생 문화거리 조성 사업'에 국비 7억 5000만원, 시비 1억 6000만원, 구비 1억 6000만원 총 10억 7000만원을 투입했다. 특히 김유신 문화거리 게이트, 스토리텔링 보드판, 골목미술관 등의 공공 미술시설 설치 과정에 이 같은 예산이 들어갔다.

남구청 관계자는 "김유신 문화거리 조성 사업은 완료됐지만 앞으로도 주민들 목소리를 반영하며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울산 남구 김유신 문화거리에서 한 시민이 김유신 장군에 대한 역사 해설을 읽어보고 있다.2024.4.26/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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