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다시 퍼지는 소나무재선충병…"방제 불능 위기 막아야"

울산 지자체 확산 방지 총력…산림청 지원 예산 부족 '애로'

24일 울산 북구 동대산 한 소나무에 소나무재선충병이 감염되어 잎이 붉게 시들어 있는 모습이다.2024.4.24/뉴스1 ⓒNews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24일 울산 북구에 위치한 동대산. 잎이 붉게 시들어있는 소나무들을 곳곳에 볼 수 있었다. ‘소나무 암’이라고도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모습이다.

십여 년째 이 산을 오르고 있다는 등산객 김모씨(61·남)는 “여기가 원래 소나무가 우거진 숲이었는데, 최근 들어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모양인지 눈에 띄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2013년 이후 산림청과 지자체의 총력 대응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방제에 소홀해지자 2022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2023년에는 107만 그루의 피해가 발생했다.

작년 하반기 기준 울산시의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나무 수는 11만그루로, 산지가 많은 북구와 울주군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와 같은 매개충의 몸에 기생하다가 나무에 침입해 고사시킨다. 매개충이 월동하는 겨울 동안 방제를 끝마쳐야 전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감염된 나무는 약제를 살포한 후 밀봉하는 ‘훈증’을 통해 방제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나무는 예방주사를 통해 대비할 수 있다.

동대산의 소나무들에서도 훈증과 예방 주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5년 이상 지난 날짜이거나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랜 세월이 느껴졌다.

24일 울산 북구 동대산에서 발견한 소나무재선충병 예방주사 표식(왼쪽)과 소나무재선충병 훈증 표식(오른쪽)이다. 2024.4.24/뉴스1 ⓒNews1 김세은 기자

울산 지역 소나무 방제 현장을 다녀왔다는 녹색연합 김원호 활동가는 “포항과 경주의 통제 불능한 재선충 감염 벨트가 울산 북구와 울주군까지 확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과 경주의 동해안 감염 벨트는 약 25,000ha 면적에 걸쳐서 퍼져 있으며, 산지 곳곳 마을과 근린시설 주변까지 감염 지대가 나타나고 있어 이미 ‘방제 불능’의 상태라는 것이다.

김원호 활동가는 “울산시가 4월 전까지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산과 인력을 전면 투입했다면 양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며 “올 하반기부터 울산시도 포항 경주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울산시 녹지공원과에 따르면 올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상반기 방제 예산은 68억으로, 하반기 예산이나 재해대책비를 추가로 더 확보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방제 과정에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비 예산은 늘 부족하지만, 산림청에서도 한정된 예산 내에서 분배하는 것”이라며 “울주군의 경우 국비 예산뿐만 아니라 자체 예산에서 더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주군은 올 봄철까지 국비를 제외한 예비비 70억와 숲가꾸기 사업비 11억을 추가 투입해 총 142억을 들여 책임방제구역 30개 지구에서 7만 8034그루를 방제했다.

북구 또한 올 상반기에 총 35억을 확충해 2만 3000그루를 방제한다. 지난 2월에는 민간 업체와 협약하여 파쇄·운반 등의 예산 총 4억을 절감하기도 했다.

24일 울산 북구 동대산의 소나무에 소나무재선충병이 감염되어 잎이 붉게 시들어 있는 모습이다.2024.4.24/뉴스1 ⓒNews1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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