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중구 박성민 ‘지역 발전론’ vs 오상택 ‘정권 심판론’ 격돌

박, '중구 발전론' 설파 저인망식 표밭갈이 전력
오, '정권심판' 앞세워 민주당 깃발 꼽기 '안간힘'

국민의힘 박성민 후보-더불어민주당 오상택 후보.ⓒ News1 김지혜 기자

(울산=뉴스1) 김재식 기자 = 22대 총선에서 울산의 정치 1번지 중구 선거구는 역대 여느 선거보다 인물구도가 두드러진다.

울산 원도심을 중심으로 60대 이상 인구가 많아 '보수텃밭'인 울산 중구 선거구에서 윤석열 정권 핵심 실세로 불리는 국민의힘 박성민 후보(64)와 문재인 정부 행정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오상택 후보(43)가 맞붙는다.

두 후보는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 나이만큼이나 정치적 성장 과정과 지향성도 판이하다.

박성민 후보는 울산 중구 의원을 시작으로 중구청장 재선을 거쳐 국회의원이 됐다.

70~80년대 당시 세습 같았던 가난의 굴레를 스스로 끊은 뒤 정치인으로 변신, 선거에서 3번의 쓴맛과 4번 단맛을 고루 맛보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터라 '정치 풍운아'적 풍모와 기질도 엿보인다.

지난 2020년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지만 윤석열 정권 출범 전후로 당 대표 비서실장과 당 전략기획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울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급성장했다.

박성민 후보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해 성장한 정치인이라면 더불어민주당 오상택 후보는 엘리트 정치인의 길을 착실히 걸어왔다.

울산에서 내로라하는 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난 80년생인 오상택 후보는 영남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초빙교수로 후학을 키우기도 했다.

전대협 초대 의장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학생운동권의 좌장 격인 이인영 전 원내대표의 정무특별보좌관을 지냈다.

2021년 4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에 발탁, 권력 핵심부에서 공직 경험도 쌓았다. 굳이 정치적 뿌리를 따져보면 이인영계 친문이라 할 수 있다.

이른 나이에 정치이론과 선거실무 능력에 청와대 경력을 갖춘 오상택 후보의 중구 단수공천은 '울산 정치 1번지'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켜 보라는 시험대로 보인다.

울산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중구 선거구는 민주당 계열 후보들에게는 보수 텃밭을 넘어 아성에 가깝다. 최근 치러진 17대~21대, 5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자들은 평균 27.12%를 득표했다.

반면 국민의힘 계열 후보들은 절반을 훌쩍 넘는 평균 52.6%의 지지를 받았다.

그나마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때는 전 울산시장 송철호 후보가 민주통합당으로 출마한 19대로 37.51%를 득표했다. 상대 새누리당 정갑윤 후보는 절반을 넘긴 50.39%를 얻었다. 보수정당 후보가 중구 선거구에서 받은 최저 득표율이 절반을 넘길 정도이다.

20대 총선 성적은 역대 최악이었다. 민주당 이철수 후보가 19.66% 득표에 그쳐 노동당 이향희 후보의 20.52%보다 뒤지는 수모를 겪었다.

울산 중구에서 민주당 후보의 연이은 총선 참패는 ‘인물’ 경쟁력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월등하게 밀린 결과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40대 초반 청와대 출신의 정치 신인을 과감히 단수 공천한 것도 구정치인이 아닌 '참신하고 능력 있는' 새 인물을 바라는 지역 여론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지난달 6일 출마 선언 때 "대한민국의 고통스러운 현재와 위태로운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막기 위해 최전선으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권심판론’의 불을 당긴 오 후보는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대거 이끌어내는 역량을 발휘하느냐 여부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려있다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박성민 후보는 ‘중구 발전론’을 조용히 설파하며 잠행에 가까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선거전이 과열돼 ‘정권 심판'에 불이 붙을 경우 선거 판세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 후보는 선거 초반 30년이 넘는 정치활동 과정에서 연을 맺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저인망' 식으로 유권자 표를 모으고 있다. 이 표들은 박 후보와 수십 년간 쓴맛과 단맛을 같이 맛보았기 때문에 충성심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후보가 '정권 심판'의 칼을 뽑았을 때 박 후보의 튼튼한 방패가 되어 줄 표들이다.

재선에 도전한 현 정권의 실세 현역과 전 정권 청와대 출신의 40대 젊은 정치 신인이 맞붙은 울산 중구 선거구. 오는 4월 10일 유권자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ourlkim183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