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비상 경영체제 돌입'… 노조 "일방적 결정" 반발

병원 측, 의사 집단행동에 "전국적 비상사태… 불가피한 결정"
노조 "결정시한 하루 정하고 통보… 손실 전가 위한 갑질·꼼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는 11일 울산대학교병원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측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반대, 철회한다고 주장했다.2024.3.11/뉴스1 ⓒNews1 김지혜 기자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3주째 이어지자, 울산 유일의 수련병원이자 상급의료기관인 울산대병원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의료 공백 장기화로 경영 적자가 발생, 불가피하게 긴축 경영을 개시하게 됐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에 병원 측은 지난 8일 2개 병동을 폐쇄한 데 이어 직원들의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측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병원을 상대로 관련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그에 따른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울산대병원은 이달 8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전공의 부재 등에 따른 수술 및 입원환자 감소로 경영이 악화해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한다며 긴축 재정과 운영 효율화 방안 실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 분회(이하 노조)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의사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손실을 일반 직원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며 "이는 병원 측의 갑질이자 치졸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따르면 전환 배치할 경우 본인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최소 2주 전엔 통보하게 돼 있지만, 병원 측은 결정 시한을 하루로 정해놓고 전환 배치에 동의하든지, 무급휴가를 선택하든지 결정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병원은 불법적 집단행동을 벌이는 미복귀자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담화문도 없고 복귀를 요구하는 압박도 없으면서 오로지 남아있는 의료진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명목하에 병동 축소, 진료 축소를 결정했다"며 "병원 경영진이 의사 직종의 집단행동을 부추기거나 모른 척 방관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울산대병원 정융기 병원장은 11일 노조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2024.3.11/뉴스1 ⓒNews1 김지혜 기자

이처럼 노조 측이 공개적으로 비상 경영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치는) 남은 의료진이 피로하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내린 결정일 뿐"이라며 "무급휴가 선택을 원하지 않는다면 단 1명도 무급휴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원장은 '병원 측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냐'는 질문엔 "울산대병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상사태라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비상 경영 체계 선언 전에 노조 측과 충분한 방안을 논의하지 못했다"면서도 "배가 침몰하고 나서 구조대를 띄울 순 없지 않냐"며 사안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병상 가동률이 50%로 줄어 있는 상황에서 무급휴가를 (신청)받는다고 해서 남아있는 의료진의 업무 가중 등은 없을 것"이라며 "비상 경영체제를 돌입한다고 해서 울산대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진료를 못 받는다거나 진료상 큰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울산대병원은 앞서 8일 비상 경영체제 돌입 선포와 함께 △인원 동결 △휴가 사용 촉진 △연장 근로 제한 △올해 확정예산 10% 감축 조정 △시설투자(장비·비품·공사) 유보 △출장·교육·학회 자제 등 내용을 담은 비상 경영 운영 기준을 공개했다.

병원은 또 오는 13일부터 36병동(정형외과·재활의학과)과 71병동(심장혈관흉부외과·안과·성형외과)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병원은 평시 대비 외래진료는 10~20%, 응급실 진료는 50%로 감소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