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박았다" 경찰 거짓말에 밖에 나간 50대…음주측정 거부에도 무죄

경찰관이 신분 숨기고 운전자 불러내…항소심 "체포 과정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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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임수정 기자 = 차를 박았다는 경찰의 말에 속아 집 밖으로 나온 50대 남성이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1-3형사부(이봉수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021년 12월 21일 밤 11시 43분께 울산 남구의 자택 근처에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세 차례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같은 날 밤 울산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관들이 출동했으나 음주 의심 운전자 A씨는 이미 귀가한 상태였다.

이에 경찰관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차를 박았다"며 "잠깐 나와보셔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차한 곳으로 나갔고 경찰관은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한 후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후배가 운전했다고 주장하며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경찰이 후배 인적 사항과 전화번호를 묻자 A씨는 개인정보라서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경찰관은 A씨를 체포했고 검찰은 A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어 교통안전과 위험 방지를 할 필요성이 없었다"며 "단지 음주운전을 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A씨를 속여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은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결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체포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 이유를 고지받지 못했다"며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한 위법한 체포였던 만큼, 음주측정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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