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신격호…혈세 250억 기업인 얼굴 조각상 건립 논란

울산시 제2회 추경예산안 제출…예산 낭비·적절성 논란

이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31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울산시가 기업가의 도전 정신을 기리겠다며 40m 높이의 기업인 얼굴 조각상 건립을 추진 중이다. 조각상 건립에 250억원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될 예정인 가운데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사업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30일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 등을 포함한 총 284억원 규모의 제2회 추경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은 부지 매입비 50억원과 조각상 설계·제작·설치비 200억원 등 총 250억원이다.

시는 울산~언양 간 24호 국도에서 조각상 조망이 가능하도록 울주군 언양읍 UNIST 소유의 야산에 대형 기업인 조각상을 건립할 예정이다.

시는 국내 대표 그룹 창업주들의 얼굴 조각상을 세워 랜드마크(상징물)로 조성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각상을 만들 대상 기업인은 국가와 울산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과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전 회장 등이 거론된다.

조각상 규모는 약 40m 높이에 기단까지 포함하면 50~60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바위를 깎아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한 '큰 바위얼굴'과 비슷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울산이 산업수도로 발전하는 데 있어 기업인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원 사업을 추진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31일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이 폭등했고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며 "시민 혈세를 걷어 만드는 '재벌 흉상 건립 사업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경예산은 당장 시급을 요하는 사업을 반영하도록 하는 것인데, 제2차 추경예산 284억원 중 전체에 88% 이상이 흉상 건립을 위한 예산"이라며 "이것이 당장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원포인트 추경이라고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울산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울산시는 사업 발표부터 먼저하고 당사자측과 시민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거꾸로 된 예산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 편성 시 갖춰야할 사업 타당성, 주민의견 수렴 등의 기본원칙은 온데 간데 없다"고 꼬집었다.

울산시가 제출한 제2회 추경예산안은 제239회 시의회 제1차 정례회 기간 중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시는 관련 조례 제정이 마무리되면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8월까지 조각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