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센터에서 3년 6개월, '동구 322'로 불리는 개

울산센터서 유기견 290여마리 '장기 체류'
'단 1회 지급' 보호비로 센터 살림 역부족

울산유기견보호센터에서 가장 길게 머물고 있는 개로 '2019 동구 322' 공고번호를 가지고 있다..2023.4.27/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2019 동구 322'.

울산 울주군 울산유기견보호센터가 보호 중인 갈색과 검은색 털의 믹스견은 이름도 없이 공고번호로 불린다.

2019년 10월 10일 울산 동구청 인근에서 구조돼 울산유기견보호센터로 들어온 지 3년 6개월.

'2019 동구 322'를 찾아가는 이도 입양하는 이도 없었다. 울산유기견보호센터가 보호 중인 유기견 중 가장 오래 센터에 머물고 있는 유기견이다.

3일 울산유기견보호센터에 따르면 울산유기견보호센터가 현재 보호 중인 유기견은 340마리로 이 중 올해부터 보호 중인 유기견은 50여마리뿐이다. 대부분 센터에 머문 기간이 1~2년인 '장기 체류' 유기견이라는 의미다. 2020년 이전에 울산유기견보호센터로 온 유기견도 20여 마리에 이른다.

현재 유기견보호센터의 운영비 자금은 유기동물에 한해 단 1회 제공되는 보호비 예산이 전부다. 운영비가 부족해 2019 동구 322'를 포함한 '장기 체류' 유기견들은 밥그릇마저 잃게 생겼다.

현행법에 따르면 센터는 유기견 구조 후 공고 기간 7일을 포함해 10일간 유기견을 보호할 수 있다. 보호기간이 끝나면 유기견의 소유권은 자치구로 귀속되고 주인도 입양인도 나타나지 않은 유기견은 안락사 대상이 된다.

다만 센터장 재량에 따라 보호기간과 안락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울산유기견보호센터의 경우 유기견의 건강상 큰 문제가 없고 보호할 공간이 있다면 유기견을 안락사 하지 않고 무기한 보호하고 있다.

최근 울산유기견보호센터로 들어오는 유기견이 줄었지만 센터 관계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 없다. 새로운 유기견 수가 줄면 지자체가 주는 보호비가 줄어 센터 살림을 꾸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구래 울산유기견보호센터장은 "유기견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길 그 누구보다 바란다"며 "하지만 한 달에 새로운 유기견이 70마리 정도는 들어와야 보호 유기견에 줄 사료도 사고 직원 월급도 줄 수 있는 구조라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10일 보호 후 안락사하라는 것이 현행법의 요지인 탓에 센터가 받을 수 있는 지자체 지원금은 새로운 유기견 한 마리당 단 한 차례의 보호비가 전부다.

센터가 10일 동안 보호할 경우 유기견 한 마리 당 소형견은 13만원, 대형견은 17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보호비 명목이기에 보호기간 10일을 다 못채우고 유기견이 죽으면 센터가 못채운 기간만큼 보호비(하루 기준 소형견 1만3000원, 대형견 1만7000원)가 깎인다.

최근 울산유기견보호센터에 들어오는 유기견 수가 한 달 평균 30여마리 수준으로 줄면서 센터장은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사비까지 털었다.

울산유기견보호센터에서 보호되고 있는 유기견이 철조망에 손을 내밀고 있다.

현재 울산유기견보호센터에 근무 중인 직원은 견사 7명, 사무직 2명, 수의사 1명, 구조 대원 2명 등 총 12명이다. 하지만 센터가 민간위탁시설이기 때문에 센터 직원 인건비에 대한 지자체 지원은 전무하다.

조 센터장은 "어느 센터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고 인력 관련 지자체 지원이 없는 점이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낯선 이를 보면 유기견들이 정신없이 짖어대는 탓에 소음 관련 민원이 많아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데도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기견을 입양 보내는 보람으로 울산유기견보호센터 관계자들은 일하고 있다.

울산유기견보호센터에서 견사로 일하는 김모씨(26·여)는 "입양을 보낼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특히 오래 센터에 남겨졌던 유기견이 입양을 가는 날이면 직원 모두가 웃는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보호비 인상을 검토 중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유기견에게 1회 지급되는 보호비에 시설 임대료, 사료비, 수도세, 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며 "물가 상승을 반영해 보호비를 높여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