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진앙지서 6km 울산 외와마을 "6·25때보다 더 공포"
누가 문만 열어도 지진인가 놀란 가슴 쓸어내려
15가구 전파, 혹은 붕괴위험…주민들 경로당 생활
- 이상문 기자
(울산=뉴스1) 이상문 기자 = “누가 문만 열어도 또 지진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외와마을 주민들의 말이다.
지난 12일과 19일 발생한 경주지진으로 울산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 마을은 울산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이 마을에는 현재 15가구가 완파, 혹은 붕괴 위험이 있어 출입이 통제돼 있고 비교적 피해가 덜한 가구의 주민들은 외와수련원과 외와경로당에 분산돼 생활하고 있다.
외와마을은 12일 5.8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와는 10km, 19일 4.5규모의 여진 진앙지와는 불과 6km 거리에 있어 경주시내보다 더 가까운 지역이다. 마을 주민들의 주장으로는 지진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언론에서 조명되는 경주시 내남면보다 피해가 많다고 했다.
20일 오전 찾은 외와마을은 주민들의 거주가 불가능한 주택에 통제선을 치고 출입을 막고 있었다. 주택 담장이 허물어졌고 벽에는 심한 금이 갔다. 옥상 난간이 떨어져 나갔고 옥상 위의 장독대가 깨진 곳도 허다했다. 황토집은 뒷벽이 허물어져 약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다. 주민들은 길거리에 나와 배회하고 있었고 고령의 여성주민들은 경로당에 모여 불안감을 달래고 있었다.
경로당 인근 외와수련원에서 만난 김용남 원장은 “외와 마을의 30여 가구 가운데 15가구의 집이 못 쓰는 상태가 돼 자녀들이 부모님들을 모셔갔고 현재 3가구만 남아 수련원과 경로당에서 지내고 있다”며 “마을에 큰 차가 지나가도 들썩거리며 주민들이 모두 길거리로 나와 웅성거린다”고 말했다. 19일 여진 때는 한 번 놀란 경험이 있어 더 우왕좌왕했다고 증언했다.
경로당에 있던 주민 김분희씨(79·여)는 “마을의 남자들은 집에서 자지만 여자들은 언제 또 지진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겁이 많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로당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들은 인근 언양읍에서 생활한다. 19일 여진이 있고 나서 아들은 언양으로 나와 함께 지내자고 제안했지만 김씨는 거절했다. 김씨는 “집이 다 무너져 가는데 이 집을 버리고 어떻게 가느냐”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있던 외와마을 최고령자 박금란씨(94·여)는 “6.25 전쟁도 겪었지만 이만큼 공포스럽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씨는 “한번 지진이 오고 나서 여러 차례 진동이 있어 내 정신이 아니다”며 “살 만큼 살았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지진이어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외와마을의 유일한 교회인 외와교회는 붕괴 직전이다. 여진이 있기 전 날 교회 지붕 위 십자가를 내려 여진 때 무너지는 화는 피했다. 하지만 출입이 통제돼 신도 30여명이 교회에서 예배를 하지못하고 있다.
김길용(65) 목사는 “지진으로 출입이 통제돼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비교적 피해가 적은 성도의 가정 거실에서 예배를 올린다”며 “새벽기도는 교회 앞에서 교회 소유의 12인승 승합차 안에서 한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현재 외와수련원에 대피해 지내고 있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 하루속히 지진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은혜 베풀어 달라고 기도드리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이 마을의 주민들이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빨리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복구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신정동에 사는 심기훈씨(55)는 출입이 통제된 처가에서 무너진 담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김씨는 “장인과 장모님이 몇 해 전에 돌아가시고 비워진 집이었지만 주말이면 찾아와 관리하던 곳이었다”며 “돌아가신 장인의 손길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데 이렇게 허물어져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또 “진앙지인 경주 내남면보다 피해가 더 심한 마을”이라며 “모든 피해 지원이 경주에 집중되는 듯한 인상이 있는데 진앙지 주변의 지역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와마을이 소재한 울주군 두서면에는 지난 12일과 19일의 지진으로 모두 42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중 주택 피해가 353건으로 83%에 이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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