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논란…'당장의 물'? '미래 선사유적공원'?

</figure>울산 반구대 암각화. 사진은 서양화가 김인숙의 작품 '반구대암각화' © News1 뉴스1 포토뱅크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이 울산발전과 관련해 가치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발단은 11일 울산을 찾은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부터다.

문화재청은 당시 단계적인 암각화 보존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명승지정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거쳐 장기적으로 암각화 일대를 세계적인 선사유적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외적으로 ‘공업도시’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울산으로서는 역사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반가운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물 문제 해결이라는 당장의 현안이 발목을 잡으면서 문화재청의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이 정작 울산시로부터는 냉대를 받는 분위기다.

그간 영남알프스 등 울산12경을 중심으로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안간 힘을 써온 울산시의 행보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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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 News1 이상길 기자

이런 가운데 물 문제 해결을 전제로 문화재청의 댐수위 조절안을 지지하는 측에서 최근 문화재청이 제시한 청사진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어 암각화 보존문제가 ‘당장의 물’과 ‘미래의 선사유적공원’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대립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은 암각화 주변경관의 변형이 뒤따르는 만큼 현재 문화재청 및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미래의 선사유적공원보다는 당장의 물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문화재청은 오로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적으로 댐수위 조절안을 제시해왔다. 실제로 문화재청은 11일 암각화 현장을 찾아 물 문제와 보존문제의 분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울산의 발전을 위해 어느 쪽이 더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지역에서도 현재 의견이 분분하다. 울산시의회만 해도 여야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문화재청을 상대로 울산시의 생태제방안 촉구결의안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은 세계문화유산등재보다는 보존에 더 초점을 맞춰 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쪽이다.

반면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등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결의안에 반기를 들고 있는 야당 측은 신성장 동력확보를 내세우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행정자치위원회 새누리당 허령 의원은 25일 오전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존이 안 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어렵다. 우선적으로 암각화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그 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수자원학회가 수리모형실험을 했고, 그 결과 생태제방안이 최적의 방안으로 도출됐다”고 설명한 뒤 “이번 일은 우선순위의 문제로 완벽한 보존없이는 등재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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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길© News1 이상길 기자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었다.

같은 당 송병길 산업건설위원장은 “문화재청에서는 생태제방안을 했을 때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문화유산등재에 대한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 때문에 울산시민들의 식수문제를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문화재청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물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조건부 댐수위 조절안을 지지하는 야당 측은 장기적으로 선사유적공원 조성을 위해 문화재청 안대로 하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 시의원단 대표인 천병태 의원은 23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만약 문화재청이 제시한 청사진대로 암각화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장기적으로 세계적인 선사유적공원으로 조성될 경우 울산으로서는 백년, 천년을 먹고 살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문화재청의 주장을 배격만하지 말고 문제의 핵심인 물을 달라고 주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재현 부의장도 25일 “역사나 문화적인 요소가 빈약한 울산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통한 선사유적공원이 조성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 때문에 울산시도 초점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맞춰 가되 부족한 물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ucas02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