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야권연대 압승 환영…새누리당과도 협조"(종합)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 혜화동 주민센터에서 투표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2012.4.11/뉴스1(서울시 제공) © News1 이동근 인턴기자

</figure>"서울에서 야권연대 후보들이 많이 당선된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누리당 당선자들과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뉴스1 기자와 만난 이번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이룬 압승을 환영하는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새누리당 당선자들도 서울시장의 도움 없이는 아무 공약도 실현할 수 없는 만큼 나도 그들 모두에게 잘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날 출근에 앞서 오전 7시17분 트위터에 "그래도 오늘 새로운 태양이 떠오릅니다. 모두 힘내시고 내일의 희망 만들어가요!!"라는 소감을 올렸다. 

이번 총선이 '여소야대'를 만들어 '박원순호'의 항로에 순풍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박 시장으로는 우선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을 확보한 '여대야소' 지형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박 시장의 입장에선 총선 이후 기대했던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한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뉴타운 출구전략과 지방세재 개편, 지하철 무임승차 부담 같이 중앙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각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법 개정과 제도 변경이 불가피한데 숫적 열세에 밀려 어려워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총선의 전체적인 결과로만 봤을 때는 그동안 정부와의 갈등요인을 법이나 제도 개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어렵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정부가 총선 이후 침체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여 박 시장과의 대립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번 총선 결과가 정부·여당과의 갈등 확산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서울시의 한 정무급 고위 인사는 "사업 추진에 있어 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은 늘 있어왔던 부분이었다"며 "각각의 사안에 대해 의견충돌이 있어 대립할 수도 있지만 협의적 관계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역시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만큼 마무리를 잘 하려면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서울시 역시 정부 협조 없이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은 만큼 새누리당 당선자들과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결과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박 시장의 속내에는 기대감도 묻어난다. 

서울과 수도권으로만 지역범위를 제한하면 범야권의 압도적인 승리이기 때문이다. 

서울 전체 48석 가운데 민주통합당 30석, 통합진보당이 2석으로 67%를 점령했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차지했던 8석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의석이 늘었다.

경기도에서도 전체 52석 가운데 민주통합당 29석, 통합진보당 2석으로 의석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인천에선 12석 가운데 민주통합당만 6석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또 다른 서울시 정무급 인사는 "서울로만 보면 승리다. 법적인 제한 때문에 박 시장이 이번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지만 시장 당선 이후의 잇따른 파격 행보들이 결과적으로 서울에서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는 일조하지 않았나 한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시정운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서울과 경기에서 같은당 의원들이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다수가 되었으니 아무래도 서울시 현안을 당정협의를 통해 풀어가는데 있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구체적으로는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조합 해산 비용 지원 문제와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새제개편, 무상보육 분담비율 완화,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 당과 협력해 풀어야 할 현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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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figure>◇'박원순 사단' 대거 입성 정책 추진에 힘 될 것

이번 총선에서 소위 '박원순 사단'으로 불리는 시민사회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 것도 박 시장으로서는 박수 칠 일이다. 

지난해 시장 보궐선거에서 대변인과 공동선개위원장을 지낸 송호창 변호사와 이학영 전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이 당선됐다. 선거캠프를 함께 이끌었던 서영교 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남윤인숙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김제남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원석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도 당선되며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박 시장과 가치와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있어 서울시가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데 큰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박원순 사단'이라 불릴 수 있는 분들이 20여명이나 국회에 들어갔다. 당내에서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박 시장의 정책적 후원자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달 26일로 취임 6개월이 되는 박 시장으로서는 이번 총선의 서울지역 결과가 '박원순호'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로 분석될 수 있어 내심 미소를 짓을 수 있다. 

박 시장의 한 핵심 측근은 "이번 투표에는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전면실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박 시장의 주요 사업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평가가 반영됐다고 본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협조를 구하면서 나머지 정책들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4.11 총선으로 인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없어 잠정적으로 미뤄뒀던 뉴타운 출구전략과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 주요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내놓았던 공약들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면서 "여야 공히 주거복지 강화를 약속한 만큼 임대주택 공급 확대나 저소득층 주거지 지원, 전월세 상한제 도입 같은 정책 추진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pt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