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보조작가 70% '힘든 프리랜서'…서울시 '표준 계약서' 내놨다

10명 중 7명 '근로법 미적용'…"구두 계약·업무범위 모호"
서울시 "크레딧에 이름 넣고 경력증명서 발급되도록 구성"

웹툰 보조작가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유명 웹툰 작가를 꿈꾸는 30대 초반 김 모 씨는 회차당 50컷씩 색칠을 해주는 보조 작가다. 하지만 바쁜 연재 일정에 맞추다보면 맡은 분량이 50컷 이상 넘어가는 일이 잦았다. 매번 일일이 추가 금액을 받아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 김 씨가 맺은 계약서를 보면 모호한 내용이 가득하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웹툰 보조작가 10명 중 7명이 근로 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프리랜서인 가운데 서울시가 웹툰 보조작가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표준 계약서를 만들었다. 보조작가 대부분 구두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업무 범위가 불분명해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상태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6월 웹툰 보조작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74%)은 용역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였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26%에 그쳤다.

웹툰 보조작가들은 메인 작가의 콘티(대본)·데셍(밑그림)·선화·채색·보정 같은 여러 업무를 돕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많은 보조작가들은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프리랜서 보조작가의 경우 명확한 계약서 없이 구두로 업무 계약을 맺거나 계약서를 써도 업무 범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잇따랐다.

근로계약을 맺은 보조 작가의 근무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웹툰 작업에 참여하고도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모든 웹툰 보조작가들을 위해 총 2종의 표준 계약서를 내놨다. 크게 프리랜서를 위한 용역 계약용과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를 위한 근로계약용으로 구성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6월 내놓은 만화 표준 계약서는 웹툰 메인 작가를 위한 것이었다면, 서울시 표준 계약서의 타깃은 웹툰 보조 작가다.

프리랜서 웹툰 작가 표준 계약서 이미지 (서울시 제공)

프리랜서를 위한 용역용 계약서는 '기본형'(9쪽)과 '간이형'(2쪽)으로 제작됐다. 또 간이형 계약서는 대금 지급방식에 따라 전액 일시금 지급, 분할 지급, 고정(회차당) 원고료, 컷당 원고료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리랜서 계약의 경우 메인 작가와 보조 작가처럼 개인 간 계약의 비중이 높다"며 "개인이 계약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줄이고, 편의성을 고려해 여러 유형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용역 계약서(프리랜서용)에는 작업물의 수정 요청 횟수와 요청 기한을 사전에 정하게끔 하는 조항이 눈에 띈다.

웹툰 보조작가 B 씨는 "그간 계약서를 써도 구체적인 수정 횟수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당일 갑자기 일을 끝내라며 통보하거나 '너 말고도 대체할 작가'는 많다는 식으로 대하는 게 일쑤였다"고 토로했다.

프리랜서 계약서에는 △상호 의무 △저작물 납품 방식 △채무 불이행에 따른 책임 등 용역 수행에 있어 필요한 사항이 표기됐다.

경력증명에 관한 내용도 있다. 작업에 참여한 보조 작가의 이름을 작품 크레디트에 넣도록 하고, 보조 작가가 자신의 작업물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거나 작업 이력에 대한 경력증명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웹툰 보조작가 근로계약용 표준 계약서 (서울시 제공)

또 근로 계약용 표준 계약서는 △업무 장소 △근로 시간 △휴게시간 △휴일 및 휴가 △사회보험 가입 등 근로 기준법상 준수사항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프리랜서용 계약서와 동일하게 작품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

채색 업무를 맡는 보조작가 C 씨는 "어떤 회사는 정규직을 미끼로 계약직을 제시하고, 이를 이용해 낮은 임금 등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강요했다"며 "열심히 일을 해도 크레디트에 이름이 빠질 때가 많았으며, 이로 인해 경력 증명이 사실상 불가했다"고 전했다.

내년 1월부터는 모바일에서도 보조작가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의 전자계약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조 작가 표준계약서'를 통해 웹툰 보조작가에게 공정한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며 "계약이라는 어려운 절차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권익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