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외로움' 관리하는 영국·일본…'발굴'에서 '연결'까지

[고독돌봄]② '사회적 처방' 위한 전문성 지닌 활동가 필요
"기존 복지 매뉴얼로는 한계…지속적으로 개입해야"

편집자주 ...서울시가 외로움과 전면전에 나섰다. 시가 파악한 서울의 고립·은둔 청년은 약 13만 명으로 추정된다. 고독사 절반 이상이 중장년 남성이며, 노인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2~3배에 이를 정도로 위기 수준이 높다는 진단이다. 시가 외로움 문제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은 이 문제가 시민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칸막이 없는 행정'을 구현해 외로움 문제 해결에 서울시 역량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뉴스1은 고립·은둔 대책을 전체 시민으로 확대하게 된 서울시의 이유와 기대 효과를 3회에 나눠 살펴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외로움·고립·은둔 대응 종합계획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서울시가 복지실 산하에 신설한 돌봄·고독정책관은 영국의 고독부 및 일본의 고독·고립 담당관실을 벤치마킹했다.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지자체로서 최초로 고독·고립을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세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고독·고립된 사람을 적극 '발굴'하고 '연계'까지 해야 외로움 정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영국은 링크워커·일본은 케어매니저…'사회적 처방' 활동가 필요

영국과 일본은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독·돌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고립과 외로움을 겪는 사람에게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적 처방은 의사가 시작한다. 자신의 진료한 환자 중 외로움, 우울을 겪는 사람은 지역사회에 있는 '링크워커'와 연결해 준다.

'링크워커'는 지역 내 공방, 요리 교실 같은 '연결'이 가능한 인프라를 숙지하고, 전문 상담도 가능한, 사전 교육을 받은 활동가들이다. 사회복지법인에 소속돼 가정 방문 등 상담을 해주는 것은 물론, 적합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영국의 사회적 처방은 궁극적으로 의료비 절감 효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는 고독,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관리하는 '케어매니저'가 있다. 케어매니저는 전직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에서 5년 이상 활동한 활동가다. 한 달에 30~50명 정도를 돌본다. 고립·고독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전담 관리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다.

특히 일본은 지역에 있는 미용실, 수리센터를 '위탁처'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바우처를 사용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복지관 안에 미용실 같은 편의시설을 두는 것보다, 수혜자들이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체를 '위탁처'로 활용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사회적고립에 특화된 활동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복지관 소속 인력 중 사회적 고립과 지역 내 인프라에 대한 교육을 이수함으로써, 고독·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사회와 적극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독·고립은 발굴이 중요…꾸준한 통계로 파악해야

고독·돌봄 정책이 필요한 이들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8년 외로움부 장관(한국의 차관 격)을 신설한 영국은 같은 해 외로움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후 2019~2023년 5개년 계획인 '연결된 사회'를 발표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연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실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은 이런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외로움과 관련한 대화를 하고, 외로움에 대한 지식 및 근거를 축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외로움에 대한 '낙인'을 없애고 보편성을 인정해 더 많은 사람이 양지로 나오게 유도했다.

2021년 고독·고립 대책 담당 대신을 임명하며 고독·고립 대책 담당관실을 설치한 일본은 이에 앞서 일찌감치 '히키코모리'에 대한 통계를 진행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한국에선 '은둔형 외톨이'로 불린다. 일본의 조사는 이들이 고독·고립을 얼마나 느끼는지부터 고독·고립을 느끼게 된 계기까지, 심도 있는 질문을 통해 사전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립·고독 대책이 각 분야로 산재해 있던 기존 정책을 반복하거나 내면적 케어보다 물질적 인프라 구축에 몰두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완정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독과 고립을 겪는 사람들은 생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계를 영위하려는 의욕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기존 복지 매뉴얼에만 익숙해져 있다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