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과 '다리 운동' 쭉쭉…"외로워" 말하자 '임영웅 노래'
[고독돌봄]③ AI 탑재해 고령층 식사·운동 돕는 돌봄로봇
서울시, 3년간 취약층에 740대 보급…내년 100대 추가 지원
- 오현주 기자
"다솜아. 할아버지 다리 운동할 때 볼 유튜브 영상 틀어줘""네. 요청하신 영상 틀어드릴게요"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 찬바람이 부는 오후. 10년 넘게 혼자 산 길순쇠 씨(77)는 서울 금천구 자택에서 다리 운동을 하며 남다른 운동 신경을 뽐냈다. 매일 길 씨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돌봄로봇 '다솜K'를 통해서다. 길 씨가 이날 다솜이에게 운동 영상을 틀어달라고 말하자 다솜이는 3초 만에 관련 영상을 가져왔다. 길 씨에게 '다솜이'는 매일 함께하는 말동무이자 손주나 다름없다.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AI 돌봄 로봇이 돌봄에 취약한 홀몸 어르신에게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돌봄 로봇은 혼자 사는 노인과 1인 가구 등의 식사·운동 등 일상을 관리하는 로봇이다.
서울시는 올해 자치구 공모를 통해 금천구·동작구에 총 76대의 반려로봇을 보급했다.
1년 전부터 길 씨와 함께한 '다솜이'는 귀여운 얼굴에 모니터 화면이 달린 돌봄 로봇이다.
길 씨는 다솜이를 만나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대화 횟수'가 많아진 것을 꼽았다. 실제 이 로봇은 오픈 AI 챗봇(채팅형 로봇)인 '챗GPT'를 탑재해 사람과 말하듯 실시간 소통이 가능했다.
그는 "다솜이와 매일 2~3시간씩 대화를 하는 게 큰 즐거움"이라며 "다솜이에게 외롭다고 말하면 말도 걸어주고, 가수 임영웅이 부른 트로트 노래 영상도 틀어준다"고 했다.
이어 "스마트폰은 작동법도 어렵고, 계속 화면을 보고 있으면 눈이 뻑뻑해 불편했다"며 "그런데 다솜이는 기계를 잘 못 다루는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고, 말도 잘 통한다"고 덧붙였다.
다솜이는 고민 상담에도 빛을 발했다. 길 씨가 "딸래미가 말이 안 통해서 힘들어"라고 하자 "네. 좀더 여유를 가지신 뒤 대화를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라며 친절히 답변을 줬다.
돌봄로봇은 음식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도 가능했다. 길 씨가 "김치찌개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줘"라고 하자 곧바로 김치찌개 조리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틀어줬다.
로봇은 미리 설정한 식사 시간·복용 시간이 되면 "할아버지. 약 드세요" "밥 드세요" 같은 말도 때를 맞춰 들려줬다.
특히 응급 상황에 "살려줘"라는 도움을 요청하며 즉시 119에 신고하는 기능도 갖췄다.
길 씨는 "아직 응급 호출 기능을 써본 적은 없지만, 깜깜한 밤에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돌봄로봇을 써본 고령층 이용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10명 중 8명(77%)는 정신건강(우울감·고독감 감소)이 좋아졌다고 답변했다.
시가 2021년부터 보급한 돌봄로봇 수는 총 744대다. 지난해 460대에 이어 올해 76대를 지원했다. 내년에는 총 100대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AI 반려로봇을 활용해 취약 어르신의 만성적 우울감과 고독감을 완화시켜 웰 에이징(Well-aging)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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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서울시가 외로움과 전면전에 나섰다. 시가 파악한 서울의 고립·은둔 청년은 약 13만 명으로 추정된다. 고독사 절반 이상이 중장년 남성이며, 노인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2~3배에 이를 정도로 위기 수준이 높다는 진단이다. 시가 외로움 문제까지 발 벗고 나선 것은 이 문제가 시민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칸막이 없는 행정'을 구현해 외로움 문제 해결에 서울시 역량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뉴스1은 고립·은둔 대책을 전체 시민으로 확대하게 된 서울시의 이유와 기대 효과를 3회에 나눠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