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안돼"…주취센터·소각장 등 갈 곳 없는 '혐오시설'

주민 반발에 무악동 일대 '주취해소센터' 건립 계획 취소
'쓰레기소각장' 갈등 마포구…"확실한 베네핏·협치 중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가이아 소각반대 컨퍼런스에서 구민들이 폴 코넷 세인트로렌스 대학교 환경화학부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쓰레기 소각정책의 문제점: 마포추가소각장 사례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논의를 했다. 2024.1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박우영 기자 = 쓰레기 소각장과 주취해소센터 등 '혐오시설' 건립과 관련해 시설을 떠안게 된 자치구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갈등이 높아지면서 시설 건립 계획이 취소되는 등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확산하는 '님비(Not in my back yard·지역 이기주의) 현상'에 대해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에 더욱 확실한 베네핏을 약속하는 한편 행정절차보다는 협의와 협치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주민 반대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종로구 무악동 주취해소센터 건립 계획을 접었다.

앞서 시는 종로구 무악동 일대를 서울시 5번째 주취해소센터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9월 주취해소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조례를 시행하고 시유재산인 옛 무악동 새마을금고 일대를 시 재산관리과에서 자치경찰위원회로 이관했다.

주취해소센터는 보호자에게 인계가 어려운 취객과 응급치료 후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주취자를 보호하는 임시 구호시설이다.

이같은 발표가 나자 종로구는 즉각 반발했다. 구는 지난달 말 주민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술집과 클럽이 많은 도심이 아니라 조용한 주거지 한 가운데 주취해소센터를 조성하게 되면 이송에 따른 기동력 저하, 행정 낭비는 물론이고 주민 치안 불안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구가 긴급 간담회까지 열며 강하게 반발한 이유는 주취해소센터 후보지로 낙점된 곳 인근에 독립문 초등학교, 대신중고등학교 등 초중고교 4곳과 어린이집 9곳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주거지가 밀집된 곳에 주취해소센터가 들어올 경우 주취자 난동 등으로 인해 각종 치안에 구멍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문헌 구청장은 "(후보지) 인근에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여러 교육 시설이 다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님비 개념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건에 맞는 곳에 센터가 들어서야 한다는 것으로, 유흥가가 밀집된 곳에 센터를 세우겠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청장은 물론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결국 서울시는 지난달 말 무악동 일대에 건립하기로 했던 주취해소센터 계획을 철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때 후보지 중 하나로 무악동이 거론되긴 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관계성을 고려해 무악동에 센터를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병원과의 접근성, 경찰의 이동 시간, 주민과의 관계를 고려해 추후 최종 대상지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혐오시설'의 건립을 두고 서울시와 대립하는 곳은 또 있다. 마포구는 '쓰레기(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소각장' 건립을 두고 서울시와 1년 이상 갈등 중이다. 시는 지난해 8월 쓰레기 매립이 중단되는 2026년을 앞두고 새 소각장 용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선정했다. 그러나 마포구는 시의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는 쓰레기 소각장 건립이 주변 대기질과 악취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신규 시설 운영 후에도 환경상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을 강조, 최근에는 환경영향평가 결과까지 발표했으나 구의 입장은 여전하다.

마포구는 추가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백서'를 발간하는 한편 교수와 연구원, 주민 등으로구성된 정책 자문단까지 구성했다. 최근에는 세계소각대안연맹(GAIA)와 공동으로 폐기물 소각 반대를 위한 국제 포럼까지 열었다.

(자료사진) 2023.9.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혐오시설'의 건립을 반대하는 '님비 현상'으로 인해 서울시 내 혐오 시설이 갈 곳을 잃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에 보다 확실한 베네핏을 주는 것은 물론 장시간이 걸리더라도 협의와 협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교수는 "혐오시설 설치는 일반적인 행정 절차로 합의를 보기 쉽지 않다"며 "경주에 들어선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처럼 그 지역 주민들에게 한층 확실한 베네핏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경주에 들어선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 관련해 정부는 경주시에 특별지원금 3000억 원을 비롯해 양성자가속기 유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방폐물 반입수수료 등을 약속했다.

그는 "과거에는 정부에서 정하면 주민들이 큰 반대없이 따랐겠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쉽지 않다"며 "혐오시설 건립 과정에서의 안전진단, 환경진단 등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해 주민들의 걱정을 덜고, 어떠한 베네핏을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해야 혐오시설 건립에 대한 갈등을 민주적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행정절차보다 합의, 협의에 공을 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항섭 국민대학교 교수는 "설득과 합의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반드시 큰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행정절차보다도 설득과 협의가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