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지붕' 걷자 동대문·남산 한눈에…"서울 구경 제대로 하네"
[르포] '개관 10주년' DDP, 시민 대상 루프탑 투어 시작
남산타워·흥인지문 등 보며 30분 투어…로프로 신체 고정
- 오현주 기자
"동대문 두산타워(두타), 밀리오레, 남산타워, 한양도성. 여기서 서울 구경 제대로 하네"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25일 오후.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지붕 위를 30분간 걸어보고 든 생각이다. 이날 안전 로프를 고정한 채 DDP 지붕을 둘러보니 서울 도심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붕 위를 조금 빠르게 걸어도 안전했다. 기자는 평소 놀이공원에서 바이킹도 쉽게 타지 못했으나, 이곳은 크게 무섭지 않았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DDP 지붕은 서울시가 이날부터 DDP 루프탑 투어를 시범 운영하면서 개방된 공간이다. 루프탑 투어는 DDP 지붕 일부 280m를 30분 동안 걸어보는 코스다.
투어의 장점은 평소에는 접근이 어려운 'DDP 지붕'이라는 색다른 야외에서 걷고 움직이며 서울 일대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건물 내부 정해진 '전망 스폿'에서 정적인 자세로 서울 구경을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이었다.
지붕에서 세계적 건축가이자 DDP를 설계했던 고(故) 자하 하디드의 철학을 엿보는 것도 재미였다. 지붕 곳곳에 숨겨진 사막 식물 '세덤'은 자하 하디드의 고향인 이라크에서 유명한 식물이다.
이번 투어는 자하 하디드의 초기 의도가 실현된 순간이기도 하다. 초기 설계안에는 시민들이 DDP 지붕을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형태가 포함됐으나, 실제 건축과정에서 천장이 높아지면서 기존 생각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투어는 개인 안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참가자들은 투어 시작 전 별도 공간에 모여 서약서를 쓰고 안전모와 안전조끼 등 장비를 착용했다.
교육이 끝나면 지붕에 올라간 뒤 몸에 착용한 장비에 안전로프(줄)를 연결했다. 지붕 위 보행로에서 3m 이상 가자 안전 로프에 몸인 고정된 탓에 더 이상 걸어갈 수 없었다. 또 보행로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부착해 걸을 때 미끄럽지 않았다.
투어 중에는 전문 카메라로 개인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도 열렸다. 투어 전에 글자를 새겨둔 기념 수건을 들고 있으면 관리자가 사진을 촬영해준다. 기념 사진은 투어가 끝나면 출력된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다만 DDP 지붕에 손잡이로 된 난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안전장치가 잘 준비됐지만, 난간까지 구축됐다면 겁이 많은 이용객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더욱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DP 루프탑 투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DDP 지붕이라도 시민에게 내어 드리겠다'며 낸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더 많은 시민이 개관 10주년을 맞은 DDP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다.
올해 루프탑 투어는 시범 운영인 만큼, 11월 17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내년에는 코스를 확대해 봄(5월)과 가을(9~10월)에 유료로 정식 운영된다.
시범 운영기간에는 매주 금~일요일 오후 1시 30분·3시 30분에 진행된다. 이용 대상은 만 18세 이상 70세 이하 성인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은 24일 DDP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날짜에 맞춰 신청하면 된다. 참여자 약 220명 중 100명은 선착순으로 받는다. 나머지 120명은 사연을 보내 선정됐거나 파리올림픽·전국체전 서울시 선수단, 동대문 지역상인 등으로 미리 초청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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