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동 주취해소센터 생기면 동네 오물통…지금도 밤마다 긴장"

종로구 '주취해소 센터' 반대…"서울시에 공식 입장 요청"
정문헌 구청장 "주거지 한가운데 조성되면 주민 불안 우려"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 주취해소 센터 조성' 반대 간담회 현장. 2024. 10. 23.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 종로구 무악동 일대가 서울시 5번째 주취해소 센터 후보지로 검토된 가운데 종로구가 23일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구는 서울시에 공식 입장 발표를 요청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이날 오후 무악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주민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술집, 클럽이 많은 도심이 아니라 조용한 주거지 한가운데 주취해소 센터를 조성하게 되면 이송에 따른 기동력 저하, 행정 낭비는 물론이고 주민 치안 불안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내년 초 주취해소 센터 추가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국립의료원, 적십자 병원 등 기존 4곳은 그대로 운영하면서다.

주취해소 센터는 보호자에게 인계가 어려운 취객, 응급치료 후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주취자를 보호하는 임시 구호시설이다.

주취해소 센터 후보지로 알려진 곳은 시유 재산인 옛 무악 파출소 겸 옛 무악동 새마을금고다. 다만 이 일대는 독립문 초등학교, 대신중고등학교 등 초중고교 4곳과 어린이집 9곳이 있어 구와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통과한 조례를 자치구가 반대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배경이다.

아파트 안내방송을 듣고 달려왔다는 주민 A 씨는 "지금도 인근 지역은 밤에도 (가로등) 불이 잘 들어오지 않고, 딸 아이를 픽업할 때마다 긴장하고 다닌다"고 했다.

또다른 주민 B 씨는 "주취해소 센터가 무악동에 생기면 주변이 오물통 또는 쓰레기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정 구청장은 "무엇보다 인근에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여러 교육 시설이 다수 분포해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는 님비(Not in my back yard·지역 이기주의) 개념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여건에 맞는 곳에 센터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유흥가가 밀집된 곳에 (센터를) 세우겠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에서도 아직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며 "시의 공식 입장 발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센터 조성 위치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센터가 설립될 위치와 관련해서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며 "내년도 예산 자체 편성이 안됐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