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기' 성수대교 붕괴…걸어서 못가는 숨은 '희생자 위령탑'

1997년 건립 당시 걸어서 추모…2005년부터 불가
자동차 전용 도로에 둘러싸인 공간…'낮은 접근성' 지적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탑. 2024.10.18. 오현주 기자

"엄마 아빠는 여전히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해"

#. 성수대교 사고 30주기를 사흘 앞둔 18일 오후. 성수역 3번 출구에서 5분 정도 택시를 타니 자동차 전용 도로에 둘러싸인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탑이 나왔다. 위령탑 옆에는 유족이 걸어둔 추모 현수막이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보행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21일 30주기를 맞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걸어서 접근이 불가해 차량 없이 이곳을 찾아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최근 서울시에 위령탑 이전 또는 전반적인 접근성 개선을 요청했다.

이날 서울시와 성동구에 따르면 성수대교 인근 북단 IC 주변에 위치한 위령탑은 현재 걸어서 갈 수 없다.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할 수 없다.

위령탑은 서울시가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사고 3년 만인 1997년 10월 21일 조성했다.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탑에서 짧은 길이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나오는 주차장. 2024.10.18. 오현주 기자

건립 당시에는 걸어서 갈 수 있었지만 2005년부터 보행길이 끊겼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방면에서 강변북로 진입·출입을 위한 램프가 설치되면서다. 또 위령탑과 주차장을 잇는 짧은 횡단보도에도 신호등이 없다.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유족 측은 9월 서울시에 서울숲으로 위령탑 이전을 제안했다. 이전이 어려울 경우 주차시설 개선, 교통 안전시설을 보완해달라고 제안했다.

위령탑 이전은 현재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구청을 통해 유족분들과 해당 사안을 논의했으나, 서울숲 쪽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라 이전이 쉽지 않다"며 "다른 제안을 수용해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횡단보도가 눈에 잘 띄도록 LED(발광 다이오드) 횡단보도로 바꾸는 등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동구는 이날 희생자 위령탑에서 합동 위령제를 열 방침이다. 서울시는 28일까지 위령탑 인근 주차장에서 임시 이동 화장실을 둔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