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신탁 불복' 문헌일 '자화자찬' 퇴임식…"너무한거 아냐" 항의

"기업인 출신에게는 불합리한 제재로 사퇴"
근무시간 퇴임식 두고 구청직원·주민 간 고성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 (자료사진)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백지신탁' 결정에 불복해 서울 구로구청장에서 사퇴한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이 퇴임식을 통해 "기업인 출신 구청장에게는 불합리한 '백지신탁' 제재가 예정돼 더 이상 구청장 직무를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17일 구로구 지역매체인 GDN뉴스 유튜브 계정에는 '문헌일 구로구청장 구로구민들에게 안 미안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 속 퇴임식에서 문 전 구청장은 구로구청 강당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백지 신탁이라는 기업인 출신 구청장에게는 불합리한 제재가 예정돼 더 이상 구청장 직무를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약 10여 분간 진행된 퇴임식에서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고, 이태원참사로 인해 주민과 직원을 포함한 소중한 생명들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문 전 구청장은 이어 지난 2년여간의 업적에 대해 열거했다. 그는 "가슴 벅찬 순간도 많았다"며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구로 지(G)페스티벌'은 명실상부 구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종합청렴도에서 구로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1등급을 기록하며 청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고 회상다.

그러면서 "구로를 사랑하는 구로구민으로서 최선을 다해 언제나 지켜보고 응원하겠다"는 말과 함께 퇴임식을 마치고 강당 입구에서 직원 한 명 한 명과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일부 직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꼭 근무시간에 퇴임식을 해야 하나. 마지막까지 정말 너무한거 아니냐"고 항의하자 구로구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그만 좀 하라. 충분히 (직원들이 퇴임을 아쉬워할만한) 분이다"라고 소리쳤다. 이 직원은 "퇴임식에 다 슬퍼하고 있는데 꼭 이래야만 하나"라고 반발, 주민과 서로 고성이 오갔다.

문 전 구청장은 퇴임식 후 취재진의 "입장을 밝혀달라", "퇴임 후 구로구 발주 사업에 참여할 것인가"라는 질문 등에 대답하지 않고 서둘러 구청장실로 이동했다.

문 전 구청장은 지난 15일 전격 구청장직에서 내려왔다. 구로구는 엄의식 부구청장 체직무대리 체제로 운영 중으로, 새 구청장을 뽑는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치러진다.

문 전 구청장의 사퇴는 백지신탁 불복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3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문 구청장이 보유한 '문엔지니어링' 주식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한다며 해당 주식을 "백지신탁 하라"고 했다. 문 전 구청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문 전 구청장이 사퇴할 경우 196억 3000만 원에 달하는 회사 주식을 지금처럼 보유할 수 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