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서울 '구청장 수난시대'…강서·용산 이어 구로까지
문헌일 구로구청장, '백지신탁 불복' 구청장직 사퇴
김태우 강서구청장 '직 상실'…박희영 용산구청장 2심 앞둬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구청장직을 사퇴하며 자치구 운영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민선 8기 서울 자치구 수장들의 잇단 공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구로구에 따르면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15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16일부터 구로구는 엄의식 부구청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 구청장의 사퇴는 백지신탁 불복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3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문 구청장이 보유한 '문엔지니어링' 주식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한다며 해당 주식을 "백지신탁 하라"고 했다. 문 구청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문 구청장이 사퇴할 경우 196억 3000만 원에 달하는 회사 주식을 지금처럼 보유할 수 있다.
문 구청장은 사퇴문을 통해 "최근 법원에서 제가 주주로 있던 기업과 구청장의 직무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의 결정은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구정을 수행해 온 저로서 매우 아쉽고 가슴 아픈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 구청장의 사퇴와 동시에 구로구는 부구청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으나 구청장 공백으로 인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당장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선거 준비로 '비상'이 걸렸다.
서울 자치구 수장들의 공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은 지난해 5월 대법원으로부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인정 받으며 선고와 동시에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김 전 구청장은 2018~2019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수사관으로 재직하면서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폭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구청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서구 역시 박대우 부구청장 직무대리 형태로 구를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보궐선거를 통해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을 맞았다. 김 전 구청장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궐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진교훈 구청장에게 패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민선 8기 들어 두 번째 '구청장직 상실'의 불명예를 안을 뻔 했으나 가까스로 이를 피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해 9월 9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아 단 10만 원 차이로 직위 상실을 면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용산구의 '수장 공백' 가능성도 살아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2022년 이태원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석방 전까지 구는 김선수 부구청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됐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으며 일단 구청장식 상실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검찰 측이 항소함에 따라 아직 불씨는 살아 있는 상태다. 항소심 재판에서 금고형 이상을 확정받을 경우 선고 결과가 구청에 통보되는 즉시 박 구청장은 퇴직하고 내년 4월 2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자치구 수장들의 잡음이 잇따르자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장 공백은 자치구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재보궐선거에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4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궐선거에는 수십억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며 "내년 4월까지 (구로구)는 구정 공백을 겪을 것으로, 새 구청장이 뽑혀도 업무 파악을 하다 임기가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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