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님, 통금 없애고 임금 지급 다양화…순항엔 '물음표'
시범사업 한 달만에 '이탈·인권침해' 각종 잡음
'비용' 근본적 해결책 필요…서울시·고용부 '동상이몽'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도입 한 달만에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 시와 고용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금 해지, 임금체계 다양화 등을 꺼내들었지만 사업의 순항을 위해서는 '비용' 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와 고용부는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달부터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통금'(통행금지)을 없애고 임금 지급 체계도 손보는 한편 이들의 체류기간 연장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같은 대책은 사업 시행 2주 만에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숙소를 '이탈'하면서 불거졌다. '무단이탈'한 이들은 20일만인 이달 4일 부산 연제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인근에서 불법취업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검거된 가사 관리사 2명을 관련 법에 따라 조사 후 '강제 퇴거'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이탈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추정된다. 가사관리사들은 첫 급여일이었던 8월 20일 같은달 6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의 장기유급휴가훈련에 따른 교육수당 201만 1440원 가운데 숙소비용과 소득세 등 53만 9700원을 공제한 147만 1740만 원을 받았다.
해당 임금이 8월 30일과 9월 6일, 20일 3회에 걸쳐 분할 지급된 만큼 가사관리사들이 실제 손에 쥔 돈은 생각보다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업체가 오후 10시 '통금제'를 운영한 사실 역시 알려지며 '인권침해'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노동계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꼬집으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시범사업의 각종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시와 고용부, 서비스제공기관은 지난달 말 긴급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 등을 수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시는 희망자에 한해 임금을 매월 10일과 20일에 분할해 월 2회 지급하는 안을 시행하고, 또 하루에 2가정 이상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용가정을 최대한 근거리로 배치해 가사관리사의 이동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중간 쉼이 가능한 장소 제공 등 근무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가사관리사들의 안전확인을 위해 진행되던 통금도 없앴다. 시는 9월 26일부터 귀가 확인제를 폐지하고 전면 자율 운영으로 전환했다.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체류(비자) 기간이 7개월이라 이들의 고용 불안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고용부는 현행 고용허가제(E-9)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 연장(고용부 주관)을 추진한다.
다만 이같은 대책 마련에도 사업이 순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 '비용'과 관련해 사업의 주체인 서울시와 고용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내년 본사업에서는 더욱 문제가 커질 것이란 우려다.
서울시는 월 200만 원을 넘어서는 비용이 부담된다는 의견이지만, 고용부는 더 낮은 임금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서로 맞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의 외국인 가사 관리사 이용 비용이 월 100만 원 정도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결국이 비용이 장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대한민국과 싱가포르는 전혀 다른 나라"라며 "100만 원 이하로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월 238만 원을 줘도 임금이 적다, 체불이다 말이 많은데 100만 원을 준다고 하면 지금보다 몇 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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