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필리핀 이모, 불법체류자 위기…'통금제'에 인권침해 논란

1개월 이내 출석 안하면 '불법체류자'
노동계 "사업 전면 재검토"…정부, 시범사업 통해 미비점 개선

(자료사진) 2024.8.6/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이달 초 돌봄현장에 투입돼 정식 업무를 시작한 필리핀 국적의 외국인 가사 관리사 100명 중 '무단 이탈'한 2명이 결국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29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한 사설업체는 전날 최종 복귀 시한까지 '이탈'한 가사 관리사 2명이 복귀하지 않자 고용부에 무단이탈에 대한 외국인 고용변동신고를 했다.

외국인 고용변동신고는 고용허가제(E-9)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5영업일 이상 무단결근하면 현행법에 따라 관할 고용노동청에 알려야 하는 절차다.

관련 법에 따라 고용부는 고용변동신고가 들어온 즉시 법무부에 이들의 이탈 사실을 통지한다. 이후 법무부는 이탈한 2명에게 '출석 통지'를 송달, 1달 동안 출석을 하지 않거나 회신이 없을 경우 이들은 즉각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환된다.

출석요구서 역시 이들이 이미 이탈한 역삼동 소재 외국인 가사 관리사 숙소로 전달될 예정이라 무단이탈한 이들이 1달 안에 출석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자료사진) 2024.9.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시범사업 2주 만에 '이탈자'가 발생한 외국인 가사 관리사 사업과 관련한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이탈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임금이 제조업 고용허가제 근로자보다 낮고, 고용업체는 오후 10시 '통금제'를 운영한 사실 역시 알려지며 '인권침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노동계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하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추구하기 위해 26일 출범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는 "임금 지급 지연 등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출신 이주 가사돌봄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있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가사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비공식 돌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제대로 된 준비나 이해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졸속 추진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가사 관리사 사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 가사 관리사' 도입을 최초로 제안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중 일부 미비점이 발견됐다고 해서 시도 자체를 흔들려 해서는 안 된다"며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문제점을 미리 발견하고 예방하려고 시범 사업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미래의 '진짜 문제'를 잊지 않고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라며 "적절한 외국인 인력 도입은 대한민국이라는 집의 균열을 메꿀 필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고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 등은 가사관리사들이 개인별로 주급제·월급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E-9 비자 취업 활동 기간을 연장해 가사관리사들이 시범사업 종료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