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적다" 집 나간 필리핀 이모들…내년 전국화 '험난'
가사 관리사 2명 연락두절 '이탈'…'저임금' 탓 추측
서울시·고용부 제도 개선…노동계 '터질 게 터졌다'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시범사업 전부터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필리핀 국적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관리사 2명의 '이탈'로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사업이지만 시범사업 기간부터 여러 문제에 봉착하자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전국 단위의 본사업 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고용허가제(E-9)비자를 통해 입국해 약 한 달간의 교육을 받고 이달 3일부터 실전에 투입된 필리핀 국적 외국인 가사 관리사 100명 가운데 2명이 '연락두절'됐다.
서울시와 고용부는 이탈한 두 명의 가사관리사에게 전자메일을 보내는 등 연락을 취했으나 여전히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이탈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추정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조업보다 (가사관리사 임금이) 훨씬 적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가사관리사들은 첫 급여일이었던 지난달 20일 8월 6일부터 이달 2일까지의 장기유급휴가훈련에 따른 교육수당 201만 1440원 가운데 숙소비용과 소득세 등 53만 9700원을 공제한 147만 1740만원을 받았다. 해당 임금이 8월 30일과 이달 6일, 20일 3회에 걸쳐 분할 지급된 만큼 가사관리사들이 실제 손에 쥔 돈은 생각보다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사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전날 서울시와 고용부가 개최한 관계자 간담회에서 "(현재의 임금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조안은 "서울에 사는 많은 친구들에게 강남 지역 평균 월세와 계약금 등의 추가적인 금액에 대해 들었다"며 "현재 숙소 임대료에 무료 쌀 제공 등 많은 제반 사항이 포함돼 있어 지금의 급여는 충분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 '이탈'이 임금과 관련됐을 것이란 추측이 난무하자 서울시와 고용부는 임금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 등은 가사관리사들이 개인별로 주급제·월급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E-9 비자 취업 활동 기간을 연장해 가사관리사들이 시범사업 종료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같은 대책 마련에도 불구 노동계 등 곳곳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다. 이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는 물론 '이탈' 가능성은 이미 제기된 문제였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 이후 더욱 높은 임금을 위해 불법체류자 신분을 택할 수 있어서다.
노동계는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23일 성명을 통해 "비공식 돌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제대로 된 준비나 이해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졸속 추진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며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이탈자가 발생하는데,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게 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주장처럼 외국인 가사 관리사의 임금을 조정할 경우, 사업과 관련한 최대 논란 '고비용'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국내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기준)를 고용할 경우, 매달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38만 원이다. 하루 4시간만 고용해도 월 119만 원에 달한다. 이는 50여 년 전부터 해당 사업을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와 비교해 각각 3.5배, 5.7배 높은 수준이다.
시범사업부터 '외국인 가사 관리사 사업'이 삐걱대자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전국 단위로 이어질 '본사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본사업을 통해 외국인 가사 관리사 1200명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가 협약을 통해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시범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서울시, 고용노동부, 서비스제공업체 모두의 바람"이라며 "시범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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