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톤 트럭 막는 '방호울타리' 서울 98곳에 설치한다(종합)
급경사·급커브, 인파 밀집 등 보행취약도로
주행 방향 혼동 가능성 도로엔 LED 표지판 교체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시청역 역주행 참사 이후 보행자 안전 대책에 대한 지적이 커진 가운데, 서울시가 급경사·급커브 등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서울 시내 도로 98곳에 차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했다.
주행 방향 혼동 가능성이 높은 일방통행 도로는 운전자가 식별하기 쉬운 LED 표지판으로 교체하고, 평상시 인파가 집중되거나 열린 공간 등에는 차량 진입을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형 석재화분과 볼라드(길말뚝)를 추가로 설치해 보행자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시는 교통안전 시설 보강 및 교체부터 보행환경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24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시청역 사고 지점에 대한 개선과 △위험 구간 차량용 방호울타리 보강 설치 △개방공간 볼라드 설치 △보행환경 구축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는 시청역 사고 발생 직후 해당 지점에 이전보다 강화된 차량용 방호울타리 설치를 완료하고 역주행 방지를 위한 교통안전표지와 노면표시 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쳤다. 내년에는 보도 확장, 안전시설 보강 등에 나설 예정이다.
시는 유관부서와 서울경찰청, 자치구,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도로 조사를 실시해 우선 개선이 필요한 400여 개 지점과 구간에 대해 총 308억 원을 투입, 내년까지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도로 특성상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사고 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98개 보행 취약 구간을 중심으로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한다.
현재 보도에 설치된 울타리는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인데 앞으론 강철 소재로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돌시험을 통과한 'SB1' 등급으로 설치한다. 이는 중량 8톤(t) 차량이 시속 55㎞, 15도 각도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도다. 현재 시청역 사고 지점에도 설치가 완료됐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방호울타리는 더 강한 등급도 있지만 규정속도가 60㎞ 이하인 곳에서는 SB1 등급을 설치하도록 돼 있어 기존 보행자용 울타리가 설치된 구간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시청역 사고 당시 차량은 2톤, 속도는 107㎞였는데 이 차량이 충돌에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도"라고 설명했다.
설치 지역은 도로 위험 구간(간선도로 일방통행 종점부, 급경사·급커브 구간, 보도상 중상 이상 사고 발생지점, 인파 밀집 지역 등)과 교통약자 보호구역 중 급경사·급커브 구간 등이다. 방호울타리 설치를 위한 자체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설치지역은 남산 소파길·퇴계로4가 교차로·동대문 패션몰 앞·이태원로 등이다.
운전자가 주행 방향을 혼동할 가능성이 높은 일방통행 이면도로에는 인식이 쉬운 '회전 금지' LED 표지판을 설치한다. 일방통행 도로의 경우 대부분 주택가 1~2차로가 대부분으로 사고 발생 시 피해가 클 수 있어 우선 올해 80개 구간에 대한 교체를 시작해 내년까지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평상시 인파가 많이 몰리거나 광장과 같이 개방된 시민 공간에 대해선 차량 진입을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형화분과 볼라드를 추가로 설치한다. 턱이 낮은 횡단보도에도 전면에 볼라드를 설치, 보행자를 더 촘촘하게 보호한다. 스위치를 누르면 내려가는 '특수 볼라드'는 덕수궁 돌담길 1개소에 설치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윤 실장은 "광화문 광장에 볼라드를 어떻게 설치할지 고민했는데 대형 석조화분과 일반 볼라드로 결정했다"며 "특수 볼라드는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다"고 말했다.
교통섬 정비,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등 보행환경 개선 사업도 이뤄진다. 보행 공간이 부족하거나 안전시설이 미비한 마들로 등 44개 도로에 대해선 내년까지 보도 신설 및 확장을 통해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하고 안전시설 추가 설치 등 개선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차도와 보도의 높이 차이가 없는 중앙버스정류소 '대기 공간'은 시민들이 승강장 안쪽에서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노면표시로 교체한다.
이외에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를 개인별 실제 운전 능력에 따른 맞춤형 운전면허 제도로 개선하고, 자동차 안전장치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등 제도적, 기술적 보완 등에 대해서도 경찰청, 국토교통부와 함께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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