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푹, 저기 푹' 서울 땅꺼짐 올해만 11건…"물귀신 같은 폭우가 원인"

최근 10년간 싱크홀 227건…"비 오면 흙 쓸려 빈 공간"

29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대교 방면 성산로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현장 관계자들이 굴삭기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 중이던 70대 여성과 80대 남성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4.8.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박우영 기자 = 올해 서울시에서 땅 꺼짐(싱크홀) 현상이 1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건은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 서울 곳곳에 땅 꺼짐 문제가 잇따르는 데는 잦은 폭우 등 기후 변화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내에서는 깊이 1m 또는 면적 1㎡ 이상 규모 땅꺼짐이 총 11건 있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땅꺼짐 현상은 총 227건 수준이다.

올해 발생한 11건 중 4건은 아직 구체적인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상하 수도관 등 지하 시설물이 원인이 돼 땅꺼짐 현상이 일어나면, 원인 조사가 빨리 나오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서울시 측은 "해당 4건의 경우 원인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폭우 등 기후 변화가 땅꺼짐 발생을 유발했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 지표면에 물이 침투해 지하수 수위를 상승시키고, 풍화토가 지하수 영향으로 이동하면서 그 자리가 빈 공간이 될 경우 땅꺼짐이 발생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많은 비가 오면 누수량이 늘고, 흙이 더 많이 쓸려내려간다"며 "그러다 보면 빈 공간이 생길 수 있고 땅 꺼짐 현상이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통상 땅꺼짐 현상에는 폭우 같은 기후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폭우가 오면 땅속 지하수 흐름이 세지고, 흙을 더 많이 끌고가 공동(땅속 빈 구멍)이 생기고, 흙에 구멍이 생기니깐 땅이 쉽게 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비가 오면 하수관로나 지하철역 주변으로 물 흐름이 많이 생기는데, 물은 '물귀신'처럼 절대 혼자 가지 않고 흙을 끌고 간다"며 "물이 흐르면서 흙 입자를 끌고 가니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 나타나는 전조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도로가 울퉁불퉁해지거나 일부가 깨지는 현상, 물이 갑자기 솟아나거나,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도로가 젖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