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님 10명 중 3명 이상은 '강남 출근'…"부자 돌봄 되나"

선정된 157개 가구 중 53개 가구 '강남·서초·송파' 거주
내년엔 전국으로 확대…"월 238만원' 비용 걸림돌 계속"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저출생과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날 입국한 100명의 가사도우미는 내년 2월까지 서울시에서 아이 돌보미로 근무한다. 2024.8.6/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9월 3일부터 필리핀 외국인 가사 관리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가구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 238만원(평일 8시간 근무)의 높은 비용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전국 확대에서 '비용' 문제는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쟁률 5대1을 뚫고 필리핀 가사 서비스 이용 가구로 선정된 가구 30% 이상은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전체 157개 가구 중 53개 가구(33.8%)가 강남(22개)·서초(16개)·송파구(15개) 주민으로,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은 '강남 3구'에 집중됐다.

반면 도봉구와 금천구에서는 선정된 가구가 없었다. 강북구와 노원구에서는 각각 1가구씩 나왔다.

권역별로 보면 △동남권(서초, 강남, 송파, 강동) 59가정(37.6%) △도심권(종로, 중구, 용산, 성동, 광진, 서대문, 동대문) 50가정(31.8%) △서북권(은평, 마포, 양천, 강서)이 21가정(13.4%), 서남권(구로, 영등포, 동작, 관악) 19가정(12.1%) △동북권(중랑, 성북, 노원, 강북) 8가정(5.1%) 순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를 8시간 전일제로 계약하면 매달 238만원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 3인 가구 중위소득(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이 471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득 절반을 필리핀 가사 관리사에 내줘야 하는 상황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3구에서 신청자가 몰렸다는 지적이다.

월 238만원은 시간당 최저임금인 9860원과 4대 사회보험 등 간접비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하루 4시간만 고용해도 월 119만원이다.

한국은 홍콩과 싱가포르와 비교해도 가사 관리사 임금이 상당히 높다. 홍콩의 경우 주 5일 8시간을 고용할 경우 월 최소 77만 원, 싱가포르는 40만~60만 원만을 지급하면 된다. 한국과 달리 홍콩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에 최저 임금을 적용하지 않았다. 최저 임금제가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의 최저 시급을 8개 파견국과 협의해 정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외국인 가사 관리사 임금이 높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오 시장은 올해 3월 페이스북에서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며 "결국이 비용이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1월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 관리사의 월급을 최저 임금 이하로 책정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법무부는 아직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내년 외국인 가사 관리사 사업의 전국 확대에 있어 '비용' 문제가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7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직장인 강모씨는 "매달 238만원을 지급하려면 사실상 허리를 매달 바짝 졸라 매야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이 비용을 내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안착하려면 비용 문제부터 풀어내야 전국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소득 취약계층 대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정부가 소득 수준에 따른 보조금 지급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예외 조항 적용도 고려하고, 소득 수준에 따른 보조금 지급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