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서울시 '인센티브 상향' 검토
서울시, 70세 이상 운전자 면허 반납하면 10만원 지급
"단순 나이로만 운전능력 판단 어려워" 활성화 방안 논의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사고 가해자가 68세로 밝혀지며 고령자 면허 제한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주고 있는 인센티브를 상향하는 한편 경찰청 등과 함께 고령 운전자 면허 적성 검사 강화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활성화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시는 경찰청, 중앙정부와 적성검사 등 고령 운전자의 면허 능력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지급하는 인센티브 상향을 내부 검토 중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들에게 현금성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다. 그러나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적어 정책 효과가 크지 않고, 인센티브 지급 제도만으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과 운전 제한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국 지자체의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대에 머무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 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증가 추세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교통사고 줄이기'의 일환으로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현금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시 자체 예산과 경찰청 국비, 티머니복지재단 기금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 중인데 현재까지 서울시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 약 40만 명 가운데 약 8만 명 이상이 면허를 반납, 타 지자체에 비해 서울의 반납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처럼 해당 제도만으로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점검하고 제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장태용(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2022년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 인센티브를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당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여전히 인센티브는 요지부동이다.
장 의원은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의 경우 이번 참사처럼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인센티브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는 예산과 정책 효과 등을 고려해 인센티브 상향 여부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는 70세, 65세 등 나이만을 기준으로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경찰청 등 중앙정부와 고령 운전자의 면허 적성 검사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다.
시 관계자는 "단순히 나이로만 운전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어렵고, 무엇보다 고령자 중에서도 실제 운전을 하는 이들이 면허를 반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이를 가려낼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함께 논의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령자의 운전면허 갱신 등에 대한 보완책을 찾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서울시 공무원 2명의 빈소를 잇달아 찾아 "고령자·초고령자에 대한 운전면허 갱신에 어떠한 보완책이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외국처럼 페달 오작동 등 오조작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 의무화 등을 공론화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 하겠다"며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시가 관련 논의를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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