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익충인데…'여기저기 덕지덕지' 러브버그 습격에 곳곳 '비명'

올해 빠른 더위에 작년 대비 2주 먼저 러브버그 출몰
7월 중순까지 활동 예상…무작정 방역에는 '한계'

20일 서울 도심에 출몰한 러브버그의 모습. 2024.6.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오후에 30분 정도 환기를 하려고 집 현관문을 잠시 열어뒀다가 그날 저녁 집 안에서만 러브버그 10마리 이상이 발견됐다. 전등 인근은 물론 옷에도 달라붙어 그날 이후로 현관문 개방은커녕 집안으로 드나들 때 옷에 러브버그가 붙었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달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떼가 서울 등 전국을 '습격'한 것에 이어 이달 초부터 붉은등우단털파리 이른바 '러브버그'가 대거 출몰하며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자치구들은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본격적으로 출몰하기 시작한 러브버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처음으로 목격됐다.

보통 6월 중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유독 빨리 찾아온 더위에 이달 초부터 러브버그의 습격이 시작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2주 정도 빠른 수준이다.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니다. 오히려 썩은 나뭇잎 등에 서식하며 유기물을 분해해주는 익충에 가깝다. 그러나 '러브버그'라는 이름처럼 암수 한쌍이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것은 물론 최근 유난히 많은 개체가 출몰, 시민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A 씨는 "환기를 하려고 현관문을 잠깐 열어놨다가 그날 밤 집 안에서 러브버그 10마리 이상을 발견했다"며 "그날 이후로 환기조차 하지 못하고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 러브버그가 들어올까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도 "버스정류장에 잠깐 앉았다가 수십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며 "아무리 해충이 아니라지만 맨살에도 붙고 옷에도 달라붙는 러브버그는 몇년째 적응이 안 된다"고 전했다.

실제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윤영희(국민의힘, 비례)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2023년 5600건으로 27%가량 증가했다.

러브버그의 활동 범위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0건 이하 13곳외 대부분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은평, 서대문, 마포 등 3개 자치구에 집중됐던 것에 비해 2023년에는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민원이 발생했다.

시민들의 불편함이 커지고 있지만 방역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물 분해, 꽃의 화분을 매개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러브버그'를 무작정 방역하면 생태계에 교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자치구들은 '주거·상업지역에서 대발생하는 성충을 대상으로 포충기와 살수 등을 활용한 물리적·친환경적 방제를 권고한다'는 시 지침에 따라 비교적 소극적인 수준의 자체 방역을 시행 중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율방역단 등을 동원해 대거 출몰 지역에 연무 및 분무방역을 하고 있지만, 해충이 아닌 러브버그를 무작정 방역하기에는 어렵다"며 "러브버그는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이 저하돼 자연 소멸하고, 수명은 약 1주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서울의 각 자치구 등은 러브버그 대처 방법을 시민에게 안내하고 있다. 야간 조명 밝기를 최소화하고 불빛 주변에 끈끈이 패드를 설치, 출입문 틈새 및 방충망 점검, 외출 시 어두운색 옷 착용 등이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최대 7월 중순까지 활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