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독점 시대 끝났다"…'세계최고 vs 만년적자' 서울 지하철의 명암

[인터뷰]①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대중교통 다양화…출혈경쟁 심화"
"안전투자 한 해만 걸러도 두 배이상 소요…적정요금 2100원"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이설 기자 대담= 진희정 사회정책부장 = 정시 출발·정시 도착, 높은 수준의 안전 등 서울의 지하철은 여러모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수년째 '만년 적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수장 백호 사장은 지난달 말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하철 독점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하철을 포함 대중교통 '무한경쟁' 시대가 시작됐다며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투자가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사장은 "앞으로 지하철 영업환경은 점차 경쟁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출혈 역시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이 모두 개통되면 지하철과 GTX는 서로 같은 노선을 두고, 동일한 손님을 상대로 경쟁하게 된다"며 "서울의 인구는 날로 줄고 점차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GTX뿐만 아니라 자율주행버스 등 대중교통은 계속 다양화될 것이고 지하철 승객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의 인력구조나 운영시스템, 요금 구조로는 현재의 서울 지하철이 생존하기 굉장히 어려워지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백 사장은 현재 수준의 지하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 규모의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수준의 투자로는 현재 서울 지하철은 '피크'(정점)를 찍었다"며 "지금의 재정구조나 요금구조로는 더 높은 수준을 구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10년 뒤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하철 환경이 영국이나 파리 지하철보다 뒤처질 수 있단 얘기다.

이어 "인프라나 안전시설에 대한 관리와 투자는 한 해만 걸러도 비용이 두 배 이상으로 들어간다"며 "매년 일정 수준의 고정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현재의 적자 수준으로는 이같은 비용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5173억 원 수준의 적자가 났는데, 이는 민간기업이 파산할 수준"이라며 "부채 8조 원 가운데 금융 부채만 4조 원 수준이며 매년 8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데, 민간기업처럼 재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가 필수"라고 역설했다.

백 사장은 심각한 적자를 벗어나고,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하철 요금은 단순히 저렴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적정한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와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현재의 화폐가치 개념, (국민) 소득 수준 등으로 볼 때 지하철 요금은 굉장히 저렴하다"고 했다.

하반기 추가 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는 공사에 대해 그는 "요금을 1년에 100원 인상하면 공사로서는 1200억 원의 수익이 늘어난다"며 "지난해 150원에 이어 하반기 150원이 추가 인상되면 연간 3500억~3600억 원의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적자 개선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이 생각하는 서울 지하철의 적정 요금은 2100원이다. 그는 "2100원이 되면 원가 보존율이 85% 정도 된다"며 "관리비, 운영비 등을 빼고도 원가 보존율이 85% 정도 되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보는데, 현재로서는 62~63%에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700원 정도 인상하면 무임승차 수송에 대한 비용을 해결할 수 있고, 지하철도 정상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정 건전화는 시설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