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세로' 탈출한 어린이 대공원, 울타리 시설 미흡"
서울시 감사위, 동물 탈출 방지책 보완 요구
"실제 방사 울타리 1.7m, 정부 기준에 미달"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지난해 3월 얼룩말 '세로'가 탈출한 서울 어린이 대공원에서 동물 탈출을 막을 울타리가 높이가 낮았고, 대공원 인근 주민의 2차 피해를 막을 매뉴얼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서울시설공단 대상 감사 결과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동물원 사육장 울타리와 동물 탈출 피해 방지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서울시설공단은 1986년부터 어린이대공원을 대행관리 하고 있다.
감사에서는 얼룩말(세로)이 뛰어넘은 동물원 울타리 높이가 기준보다 낮은 점이 지적됐다.
도면상의 방사장 울타리 높이는 1.8m로 환경부 매뉴얼은 충족하지만, 2022년 환경부의 '동물원 보유 동물 서식환경 현황조사'에서 확인된 실제 울타리 높이는 1.7m로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이 머무는 초식동물마을 방사장의 목재 울타리도 문제로 꼽혔다. 이 울타리는 2010년 설치돼 내구성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감사위는 설명했다.
감사위 측은 "얼룩말 탈출사고의 CC(폐쇄회로)TV를 보면 얼룩말이 방사장 우측 울타리의 세로살을 파손하고 2차로 방사장 우측 울타리를 월담한 뒤 3차로 관람 데크 울타리 전체를 파손하고 도주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 울타리가 가동 중이었으나 흥분한 얼룩말에 효과가 없었다"며 "2차 울타리 월담시 목재 울타리가 힘없이 기울어지는 등 방사장 울타리가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어린이 대공원은 동물 탈출을 대비한 매뉴얼과 인력 확보가 미흡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곳은 유사 시설인 서울대공원보다 규모가 작아 탈출한 동물이 짧은 시간에 공원 외부로 갈 수 있다. 특히 인근 구의동·능동 주택가로 향해 주민에게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대공원은 인근 주민에게 동물 탈출 상황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는 재난 문자 송출 시스템이 없었고, 동물탈출로 인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매뉴얼이 부족했다.
또 어린이대공원 출입구 10개 중 4개(정문·후문·능동문·구의문)에만 경비 인력과 차단시설이 있었다.
공원에서 실시한 기존 탈출 모의 훈련 대상도 맹수로 한정됐다.
감사위 측은 "추후 동물원 방사장 울타리 실측 및 공원 내 동물 탈출 취약 시설 조사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동물탈출 대비 모의 훈련 대상을 주의그룹까지 확대해달라"며 "공원 인근 거주 시민을 포함한 동물탈출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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