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안심소득', 복지 사각지대 줄고 소득 늘었다

총 5회 예정 중간조사 중 첫 결과 발표…근로의욕 저해 안해
내일까지 국제안심소득포럼…세계소득보장네트워크 협약도

(서울시 제공)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국내 첫 소득보장 정책실험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미래형 복지모델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최종결과가 나왔다. 현행 복지제도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가구까지 폭넓게 챙기는 동시에 높은 탈수급률을 보여 참여자들의 근로 의욕은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열고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안심소득'은 저소득층 가구(중위소득 85% 이하, 재산 3억26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중위소득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로,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으로 설계됐다.

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및 소득 격차 완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심소득의 효과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범사업 참여가구를 대상으로 2027년 6월까지 5년간 성과평가도 실시한다. 이번 중간조사는 안심소득 지급 중 실시하는 반기별 총 5회의 중간조사 중 첫 번째 발표다.

첫번째 세션에서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난해 7월 선정된 1단계 시범사업 참여 1523가구(지원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이며, 설문 자료와 공적 자료를 기반으로 결과를 분석했다.

주요 결과로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높은 탈수급 비율 △지원가구의 근로소득 증가 △비교가구 대비 지원가구의 식품·의료 서비스·교통비 등 필수 재화 소비 증가, 정신건강 및 영양 개선 등이 있다.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중위소득 50% 이하 484가구) 중 현행 복지제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가구 비율이 54.1%(262가구)로, 안심소득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저소득층을 더욱 폭넓게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 중 23가구(4.8%)는 지난 11월 기준으로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더 이상 안심소득을 받지 않고 있다. 선정 당시 소득 기준인 중위소득 50%를 초과한 가구도 56가구(11.7%)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으면 수급 자격이 박탈되지만 안심소득은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자격은 유지된다. 실업 등으로 가구소득이 줄면 자동으로 안심소득을 지급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 대비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식료품, 의료 서비스, 교통비에 대한 지출은 각각 비교집단 대비 12.4%, 30.8%, 18.6% 증가했다. 자존감,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처치 효과는 각각 비교집단 대비 14.6%, 16.4%, 18.1%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정신 건강이 능동적인 노동시장 참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단기 변화에서 나타난 지원가구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아울러 안심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노동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파악됐다. 다만 안정된 결과 도출을 위해서는 시범사업을 서울시 전체 또는 전국으로 확대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크레이그 리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최자원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가 참여해 안심소득 시범사업 1차 중간조사 결과를 논의했다.

두 번째 세션은 '해외 소득보장 정책실험 사례 공유'를 주제로 진행됐다. 미국 시카고시 가족지원서비스부 마크 샌더스 부국장이 발표자로 나서 시카고시의 실험 사례를 설명한 데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실험 사례가 발표된다.

마지막은 션 클라인 스탠퍼드대 기본소득연구소장이 '조건 없이 현금을 지원하는 현대 실험'(Exploring Modern Experiments with Unconditional Cash)을 주제로 발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각국에서 펼쳐진 소득보장 정책의 특징을 비교하고, 1970년대 이후 소득보장 실험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본다.

포럼 2일 차에 열리는 세 번째 세션에서는 캐나다 경제학자인 크레이그 리델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명예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소득 격차 및 빈곤 완화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논의한다. 리델 교수는 재정상 문제로 보편적 기본소득보다 소득 조사를 기반으로 한 소득보장 제도가 현실적이라는 점을 밝힐 예정이다.

특별세션에서는 소득보장 정책실험에 관심 있는 도시·연구기관이 한데 뭉쳐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Global Income Security Network, GISN)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날로 심화되는 소득 격차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주도해 국제적 협력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는 자리다. 내년에는 신규 도시·연구기관 등을 추가 발굴해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함 하나로 많은 반대와 우려 속에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며 "더 많은 시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