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손주 보는 조부모, 첫 수당 30만원 받았다…2400가구 이용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등에게 월 30만원의 돌봄비를 지급하는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이 지난 9월 첫선을 보인 가운데 첫 달에만 약 2400가구가 해당 사업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주를 넘어 이모, 고모 등 친인척에게까지 돌봄비를 지급하는 것은 전국 최초로, 해당 사업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97.7%로 상당히 높았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9월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에 2678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이용 조건을 만족하고 월 40시간 이상의 돌봄을 진행해 30만원의 돌봄비를 지급 받은 이들은 2394가구로, 9월에만 총 7억1820만원이 돌봄비가 각 가정에 전달됐다. 10월에도 629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9~10월 아이돌봄비 사업을 통해 돌봄을 진행한 조력자로는 조부모와 외조부모가 30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 이모, 고모 등의 친인척도 100명에 달했다.

사업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9월 서비스를 이용한 2678가구 가운데 859가구에 대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97.7%(839가구)가 "서비스를 추천한다"고 답했다. 10가구 중 10가구에 가까운 이들이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에 만족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가장 만족한 것은 손주 등을 돌보는 동시에 돌봄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체의 83.0%(713명)에 달하는 이들이 '손주 등을 돌보는 데 수당까지 받을 수 있어 좋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손주와 유대·애착 관계가 좋아졌다'(12.7%) '필수 교육이 도움됐다'(3.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을 이용한 뒤 나온 건의사항으로는 '지원 대상의 연령 확대'(32.2%)가 가장 많았다. 이어 돌봄비 인상(20.5%) 시스템 개선(11.6%) 모니터링 부담(5.0%) 조건 완화 등 기타(1.6%) 등도 제안됐다.

지난 9~10월 해당 사업을 이용한 싱글맘 A씨는 "33개월 쌍둥이를 키우며 혼자 외벌이를 하다보니 아이들을 돌봐주는 친정어머니께 돌봄비를 따로 드리기 어려웠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돈을 드릴 수 있게 됐다"며 "쌍둥이 출산 이후 줄곧 친정 어머니와 함께 생활해왔는데, 어머니 역시 이전과는 달리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하나의 '근로'로 인정 받는 등 보람이 느껴진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에 굉장히 만족한다"면서도 "아이들이 33개월이라 앞으로 3개월 정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지원 대상의 연령이 확돼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높은 만족도를 얻으며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은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은 맞벌이, 한부모, 다자녀 가정 등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보기 힘들어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등 4촌 이내의 친인척이나 민간 육아도우미의 돌봄지원을 받는 양육공백 가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의 대표 사업으로 가족 돌봄과 민간 돌봄서비스를 함께 지원하는 것은 전국 최초다.

조부모(4촌 이내 친인척 포함)가 손자녀를 돌보는 가정은 월 30만원의 돌봄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친인척의 돌봄 지원을 받기 어렵거나 민간 아이돌봄서비스를 선호하는 경우에는 서울시가 지정한 서비스 제공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월 30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조부모가 아이를 봐주는 집이 많은 현실에서 '서울형 아이돌봄비'가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넘어 조부모의 손자녀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실제 서울 거주 0~12세 양육 부모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47%는 가정양육을 하고 있으며 가정양육을 하는 경우 부모 외에 아이를 주로 돌봐주는 사람은 주로 조부모(66.9%)나 친인척(4.2%)으로 나타났다.

시는 매달 1~15일 출산‧육아 종합 포털 '출산에서 육아까지' 몽땅정보 만능키에서 서울형 아이돌봄비 신청을 받는다. 지원 대상은 24개월 이상 36개월 이하의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 등 양육 공백이 있는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다.

친인척 육아 조력자의 범위는 돌봄 아이를 기준으로 4촌 이내의 19세 이상 친인척이며 다른 시·도에 거주하는 경우에도 육아 조력자로 활동이 가능하다. 조부모 등 친인척 육아 조력자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 1명당 월 30만원씩 최대 13개월간 지원한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은 조부모님의 돌봄 가치를 인정하고 보답해드리는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이라며 "지난 9월 시작해 2달 동안 3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신청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 초기임에도 시민들의 많은 수요와 관심은 조부모 등 육아 조력자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많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서울시는 선도적인 돌봄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