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난건축 대가' 만난 오세훈 "안전·친환경 디자인에 관심 많다"

반 시게루 "재난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지켜져야" 강조

오세훈 서울시장은 일본 도쿄 모처에서 '재난 건축가의 대가' 반 시게루를 만나 면담했다. (서울시 제공)

(도쿄=뉴스1) 권혜정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난 건축의 대가'로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 반 시게루를 만나 "서울시는 안전·친환경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많은 혜안을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오 시장과 반 시게루는 25일 일본 도쿄 모처에서 만나 안전·친환경 디자인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상호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반 시게루는 '재난 건축의 대가'로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다. 1984년 아프리카 르완다 내전 당시 난민을 위한 종이 튜브 임시 주택을 지은 것에 이어 1995년 일본 고베 강진 때 이재민을 위한 임시 주거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터키 이즈미트 지진, 인도 비즈 지진 등에서도 활동했다. 특히 종이를 원재료로 한 '페이퍼 프로젝트' 등에 힘입어 지난 2014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반 시게루는 오 시장에게 "재난 시에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부터 '프라이버시가 없는 것이 (대피소) 관리에 쉽다'는 정부·관공서 등의 주장에 대립하다 15년 만에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대피소와 피난소가 일본 정부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됐다"며 "대피소로 대피한 이들은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는 괴로운 생활을 하게 되는데, 가설 주택이 완성될 때까지만이라도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해가 발생해도 개인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은 항상 존재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경우 이 같은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 시게루는 오 시장에게 지난 2006년 서울 올림픽공원 종이미술관에 설치했던 '페이퍼테이너'와 2013년 설계한 경기 여주시 친환경 골프장 '해슬리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등 한국에서 진행했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앞으로 서울시와 협업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굉장히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페이퍼테이너를) 굉장히 감동 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며 "앞으로도 서울시와 협업해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반 시게루는 '종이'를 재료로 하는 '페이퍼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소개하며 "리사이클, 재생 등에 누구도 관심이 없던 198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며 "1990년대부터 전세계의 관심이 재생 등에 옮겨감에 따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사용하면 '영구적'인 것이 된다"며 "도쿄에서도, 서울에서도 콘크리트로 만든 상업시설 건축물은 20~30년밖에 사용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반 시게루와의 면담을 마친 오 시장은 "서울시는 안전에 관한 디자인, 또 친환경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협업을 펼칠 영역이 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면담 후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추후 재해 안전디자인과 관련한 상호 협력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할 것을 반 시게루에 제안했다. 반 시게루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