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악몽' 겪은 서울…올여름 '풍수해 대책' 총력

'동행 파트너' 지정…침수 방지 시설 설치
서울시, 전국 최초 '침수 예·경보제' 도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8.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지난해 여름, 서울은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우로 기록에 남을 물난리를 겪었다. 8월 8, 9일 불과 이틀 동안 내린 비는 서울 곳곳을 잠기게 했고, 이로 인해 서울에서만 8명의 시민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재산피해도 684억원에 달하는 등 지난해 서울은 그야말로 '물난리 악몽'을 경험했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와 자치구들은 두 번 다시 작년과 같은 '악몽'을 겪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풍수해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준비태세 확립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집중호우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관악구는 유독 올해 안전대책 마련에 신경쓰고 있다. 지난해 8월 관악구에는 이틀 동안 37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고, 이로 인해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자매와 10대 딸 등 일가족 3명이 순식간에 차오른 빗물에 목숨을 잃었다.

구는 지난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우선 침수 예·경보 발령 시 재해약자의 신속한 도피를 돕는 '침수재해약자 동행파트너'를 올해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주민 협업체인 이들은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어르신 등 관내 재해 약자 211가구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침수 예보 단계부터 현장에 출동한다.

구는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은 만 80세 이상 홀몸 어르신 64가구에 AI 돌봄 로봇 '키미'도 보급하고 있다. '어르신 지킴이'라는 뜻의 '키미'는 폭우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음성과 비상벨을 통해 관제센터로 즉시 연동되고 로봇 내 설치된 CCTV가 작동해 화면을 통해 어르신들의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올해 5000만원을 투입해 관내 공동주택 144개소를 대상으로 '침수 피해 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한편 원형관로, 하수암거 등 주요 하수시설물 중 3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로에 대한 정비 사업도 진행 중이다. 건설공사장과 급경사지, 지하시설과 돌출시설, 하천 등 수해취약지역과 수방시설 723개소에 대한 일제 점검도 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는 류경기 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 이달 15일부터 10월15일까지 '여름철 풍수해 종합대책'을 펼친다. 수방시설과 수해취약지역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하고 정비를 완료한 중랑구는 '반지하 주택 재해약자 대피 지원을 위한 동행파트너'를 운영하는 한편 침수 이력이 있는 70여 가구에 전담 관리 '돌봄 공무원'을 일대일로 매칭했다.

지난해 폭우로 관내 주택 5273건, 공장 및 상가 864건의 침수 피해를 입은 영등포구도 본격 풍수해 대비에 나섰다. 우선 지난해보다 1억9000만원 증액된 8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빗물받이를 준설하고 연속형 빗물받이를 확대해 집중호우 시 도로의 저류 기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노원구는 '인명피해 우려지역'을 별도로 지정해 관리하고 용산구는 올해 집중호우에 대비한 민관 합동훈련을 마쳤다. 훈련은 태풍 북상에 따른 집중호우로 지역 내 저지대 주택 침수를 가상해 진행됐다.

서울시는 시 차원의 '2023년 풍수해 안전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서울 전역의 방재성능목표를 기존 시간당 95㎜에서 최대 110㎜로 전격 상향하고, 침수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경고하는 '침수 예·경보제'도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 시는 지난해 8월 서울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가 올해 재차 닥쳐도 단 한명의 인명피해가 없도록 빈틈 없는 수해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관련해 "최근 들어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고 여름이 본격 왔다는 느낌이 드니 지난해 예상치 못한 시점에 폭우 피해를 입었던 것이 기억이 나며 걱정이 앞선다"며 "루틴한 느낌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올해는 정말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