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어 서울도 '탈모청년' 치료비 지원할까…조례 발의
19~39세 탈모청년 지원…내달 본회의 통과되면 제정
성동구·대구시는 조례 통과…오세훈 "우선순위 고려"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시의회가 2030 청년들의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함에 따라 탈모로 고생 중인 서울 청년은 물론 전국 '1000만 탈모인'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해당 조례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등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볼 만하다"면서도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23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최근 '청년의 현실에 와닿는 복지 지원' 일환으로 청년 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의원은 "최근 청년의 탈모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서울시 거주 청년들의 탈모 치료지원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청년의 건강 및 복지증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청년 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은 서울시에 3개월 이상 거주한 19~39세 탈모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경구용 치료제 구매를 위한 본인 부담금의 일부에 대해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규정, 바우처 형식으로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세부적인 범위와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워 기술적으로 추계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필요한 예산 규모는 조례안에 담기지 않았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조례안은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제316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상임의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뒤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최종 제정된다.
청년 탈모 치료 지원이 화두에 오른 것은 청년 탈모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병적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국민은 24만3609명으로, 이는 지난 2017년 21만4228명 대비 13.7% 증가한 수준이다. 탈모 환자는 △2018년 22만4688명 △2019년 23만2671명 △2020년 23만3459명 △2021년 24만3609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20~40대 청년 탈모인 비중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해 탈모로 진료를 받은 이들 중 30대는 5만2722명으로 전체의 21.6%를 차지,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5만2580명)가 21.6%, 20대(4만7549명)가 19.5%로 뒤를 이었다. 20~40대가 전체의 62.7%를 차지하는 등 탈모로 고생하는 청년은 전체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울시에 앞서 탈모 청년에 대한 치료비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킨 지자체도 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서울특별시 성동구 청년 등 탈모 치료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공포했다. 지원 대상은 성동구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만 39세 이하 탈모를 진단받은 청년이다.
대구시도 지난해 12월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탈모 진단을 받은 19~39세 시민에게 '탈모 치료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번에 서울시에서 탈모 지원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서울시는 대구시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번째로 탈모 질환을 공식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조례안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탈모로 고생하고 있다는 서울시의 한 청년은 "M자 탈모가 고민이라 최근 병원을 찾았는데, 환자의 90%는 청년층이었다"며 "청년의 탈모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번 조례안은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에 의견을 남긴 한 시민도 "탈모 환자가 아니라면 탈모로 인한 고통을 알 수 없다. 합리적으로 좋은 약을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시민은 조례안 의견개진을 통해 "대중교통과 전기, 가스 등 각종 공공요금이 오르며 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세금을 탈모 지원에 사용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복지 증진이나 건강보험료 등(피부에 직접 와닿는 것)을 줄이는 것 진짜 청년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도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에 의견을 밝혔다. 오 시장은 전날 시의회 임시회에서 "청년 탈모의 경우 노년 탈모와 달리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항상 그렇듯 형평성과 우선순위"라며 "여드름 치료는 물론 비급여 대상인 라식과 라섹 등이 우선순위에서 탈모에 앞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고, 일리가 있다"며 "몇 가지 질병과 (탈모를) 비교 교량해 무엇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고 필요한지에 대해 (시의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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