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석촌지하차도 중앙기둥 수십개 기울어졌다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긴급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서 처음 확인
보차도 경계 등 조사결과 총 1010곳서 균열·들뜸·누수 등 발견

석촌지하차도에 대한 긴급 정밀안전진단 보고서. 동공 발생 후 '휨 모멘트'로 인해 중앙기둥이 휘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 News1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지난해 8월 대형 동공(洞空·지하 빈 공간)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석촌지하차도 내 기둥 다수가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의 긴급 정밀안전진단 결과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19일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이 진행한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에 대한 긴급 정밀안전진단 용역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차도 내 중앙기둥 32번부터 57번까지 26개 기둥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균열은 기둥 상·하단부에 각각 1~2개의 수평균열이 0.1~0.2mm 폭으로 나타났다.

석촌지하차도 기둥 균열은 지난해 8월 동공 원인 조사를 벌인 서울시의 1차 조사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지만 균열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의 보고서는 지하차도에 생긴 동공으로 인해 시설물이 휘어지는 '휨 모멘트(moment)'가 중앙기둥에 작용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당초 설계조건에서는 하부 슬라브가 지지돼 있어 중앙기둥은 축하중만 발생하고 모멘트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 조건이었지만 동공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중앙기둥에 모멘트가 발생되는 조건으로 변화됐다는 것이다.

석촌지하차도 곳곳에서 파손, 누수 등 손상이 발견됐다. ⓒ News1

기둥 기울어짐 현상 외에도 곳곳에서 안전성 문제가 지적됐다.

보차도 경계 벽체 등에 대한 외관 조사결과 총 1010곳에서 타일 균열 및 들뜸, 파손, 누수, 철근노출 등 손상이 발견됐다.

손상 원인은 단순 열화 및 부착불량 등에 의한 것으로 판단됐지만 타일을 제거하지 않는 한 벽체의 균열 발생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전력구 및 체신구의 벽체 조사를 기준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하행선에서는 추후 시공 시 발생될 수 있는 지하수위의 변동, 지하철 운행에 따른 진동으로 인해 지반 침하가 일어날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지하철 9호선 919공구 구간이 시험운행을 시작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계측관리 계획이 수립되도록 유지관리 방안을 서울시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하생선 공사 중 동공 복구 지층에 설치한 지층침하계를 주기적으로 계측하고 지반침하가 의심되면 코어천공을 통한 직접 조사를 실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 하부슬라브와 지반 사이에 이격이 확인되면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긴급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기둥이 기울어지는 등 석촌지하차도 이곳저곳에서 안전성이 의심되는 문제가 발견됐음에도 안전등급은 'B(양호)'로 평가돼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엄밀히 따져 석촌지하차도 중앙기둥이 동공으로 인해 응력(외력)이 가해지면서 미세하게 기울어졌고 결과적으로 균열이 발생한 것은 맞다"면서도 "동공이 복구돼 기울어지는 요인이 차단됐기 때문에 안전등급이 B로 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만약 동공이 복구가 안 된 상태였다면 계속 차량이 다님으로 인해 기울어짐이 진전이 되는데 현재 추가 진전 요인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발생된 균열은 향후 보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8월 석촌지하차도에선 폭 2.5m, 깊이 5m, 길이 8m의 동공을 시작으로 길이 80m가 넘는 대형 동공이 잇따라 발견됐다.

서울시 조사결과 동공은 지하철 9호선 공사를 한 삼성물산이 터널을 파내 구멍을 뚫는 실드공법을 부실시공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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